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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see/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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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을::일기 9월-10월에 여러 가지로 좀 힘들었다. 그 시간들도 소중하게 보내고 나니 요즘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감사한 일들이 쏟아진다.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건 일이다. 7월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그때 소진됐었고 가을까지 해소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나의 역량 부족으로 아이들을 제대로 돕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남았다. 그런데 요즘은 자책이 많이 줄었다. 그래! 나는 아직 신규교사야. 아직 배우고 적응하는 시기라구. 어제보다 1퍼센트만 나아져도 괜찮아. 어제보다는 나은 일과를 보내보자고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지친 나를 살펴봐주고 달래주니까 10월 말부터 점점 다시 회복되었다. 오늘도 여전히 일이 밀리고, 실수를 하고, 효율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이 일을 뒤죽박죽 했지만 오늘 내가 어제의..
가을이 온다::일기 머리로는 좋아하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한 계절이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여름을 보내고 겨울을 기다려야 하니까? 그런 단순한 이유라면 좋겠다. 나는 가을에 태어났다. 나는 내 생일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있다. 이렇게 맑은 하늘을 마주하는 게 힘이 든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사랑하는 제자를 잃었다. 너는 왜 이렇게 좋은 날씨에 죽은걸까. 많이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가을이 되자 자주 괜찮지 않다.어제는 새벽에 요가를 갔다가 출근을 해서 야근도 했다. 그리고 퇴근길에 자전거를 타고 클라이밍을 하러 가려고 했다. 클라이밍장 근처에서 친구와 통화를 했다. 친구는 내가 요즘 자꾸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무리하지 말고 집에 가서 쉬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 깨달았다. 또 강박적으로 무언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팔꿈치::일기 어제 퇴근하고 약속이 있어서 신도림역에 갔다.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더듬으며 길을 찾고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그분이 잘 가고 있는지 지켜봤다. 혹시 잘 찾아가고 있는데 괜한 배려를 베푸는 걸까 봐 선뜻 도와드리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분은 1호선으로 가는 계단에서 한번 돌아서더니 반대편 화장실 앞에서 멈췄다. 어디 가시는지 여쭤봤다. 2호선을 타고 싶다고 하셨다. 그분은 정중하게 내게 팔꿈치를 잡아도 되는지 물었다. 사실 소심하면서 한편으론 용감하기도 한 나는 머뭇거리면서도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게 감사하다. 작은 배려가 상대에게는 편안함을 주고 나에게는 작은 기쁨을 준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이런 도움을 주는..
완벽주의라면 파레토의 법칙::일기 오늘 아침에는 파레토의 법칙이 생각났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중 20%가 실제 결과의 80%를 만든다. MBTI에서 ENFP인 내가 일과 공부와 취미생활을 알차게 하려면 꼭 필요한 상위인지 기술이다. 경제학 교수인 파레토가 발견한 파레토의 법칙. 그는 이탈리아에서 전체 인구의 20퍼센트가 전체 부동산의 80퍼센트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교수가 발견한 내용은 다른 영역에서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고, '전체 결과의 80퍼센트가 20퍼센트의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파레토의 법칙으로 자리 잡았다. 예를 들면, 옷장에서 옷 20퍼센트를 80퍼센트 비율로 입는 것이다. 파레토 법칙은 사실 대단하고 새로운게 아니다.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일의 우선순위를 정..
모든 해답은 여기에 있다::일기 요즘 새벽에 잠에서 깨기 직전에 문장이 하나씩 떠오른다. 오늘 떠올랐던 문장은 '모든 해답은 내 안에 있다.' 이다. 이 말은 마치 내가 가진 조건들과는 상관없이 내 존재 자체를 신뢰할 때 할 수 있는 말 같다. 문학작품에서(특히 시에서는)죽음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용서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이다. 억지로가 아닌 진심으로 하는 용서는 그냥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괴롭지만 도망가지 않고 그 상황과 감정을 바라봤다. 미움과 원망이 있었다. 그리고 분노가 일어났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다루다보니 마지막 종착지에는 용서가 있었다. 용서는 이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용서하면서 비로소 나를 옭아매던 감정들에서 벗어날 수 있고 고통을 떠나보낼 수 있다. 또한 그 감정들과 이별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내가 느끼는..
안 괜찮아도 괜찮아::일기 일방적으로 내 탓을 하며 화를 내는 사람의 마음까지 받아줄 수 있을까. 그 화내는 사람이 아이들일 경우는 괜찮다. 하지만 어른일 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그 나이를 먹고도 저럴 수 있을까 싶다. 폭언을 듣고 멘탈이 바스러졌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의 자동적 사고를 발견했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잘못한 게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해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나를 미워하고 있었으면 내 자동적 사고는 내 감정과 행동까지 나를 갉아먹었을 것이다. 나는 두배로 괴롭다. 내가 받은 상처에 괴로우면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공감도 해버리기 때문이다. 가족의 아픔을 보고 누가 멀쩡하고 이성적일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상담교사이지 아무렇게나 화를 내도 되는 감정 쓰레기통은 아니다. 동기 선생님과 통화를 하..
선물::일기 상담교사가 되고 처음 공식적인 상담이란 걸 했을 때 만났던 학생이 오늘 찾아왔다. 그동안에도 나를 찾아온 학생들은 있었다. 이 아이도 겸사겸사 학교에 온 김에 인사하러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보러 왔다고 했다. 나를 가장 먼저 찾아왔다고. 담임선생님보다 내 생각을 더 많이 했다고. 그때 자기를 상담해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정말 정말 행복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어서, 그럴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 기뻤다. 군인이 꿈이었던 이 아이는 해군에 입대했지만 부상으로 쫓겨나듯이 그만뒀다고 했다. 제복을 입고 나를 찾아오고 싶었다고 했다. 그 마음이 안타깝고 예뻤다. 어제 잠을 잘잤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오늘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말도 했다. 그래서 가벼웠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처음 듣는 말::일기 우리 부서에는 세 선생님이 계신다. 세분 모두 말을 너무 인자하고 아름답게 하신다. 부실에 동그란 테이블이 있는데 그 테이블에 선생님들이 예쁜 꽃으로 장식을 해두기도 한다. 정말 가끔 선생님들이 보고 싶어서 출근길이 즐거울 때도 있다. 아침에 바쁘지 않으면 선생님들과 차를 마시고 짧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오기도 한다. 얼마 전 아침이었다. sh선생님이 나에게 "k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같은 음식도 더 맛있다."라고 했다. 그런 말 처음 들어봤다. 그 어떤 칭찬보다 좋았다. nh선생님은 우리 부서에 유일한 남자선생님이다. nh선생님은 아침마다 차를 끓이시는데 나는 거의 매일 그 차를 마신다. 어제도 선생님 자리에 가서 차를 따르고 내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팔이 의자에 부딪혀 차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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