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w to see/Diary

처음 듣는 말::일기

반응형

yy선생님이 가져온 산수국

우리 부서에는 세 선생님이 계신다. 세분 모두 말을 너무 인자하고 아름답게 하신다. 부실에 동그란 테이블이 있는데 그 테이블에 선생님들이 예쁜 꽃으로 장식을 해두기도 한다. 정말 가끔 선생님들이 보고 싶어서 출근길이 즐거울 때도 있다.

아침에 바쁘지 않으면 선생님들과 차를 마시고 짧은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간단한 간식거리를 챙겨오기도 한다. 얼마 전 아침이었다. sh선생님이 나에게 "k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같은 음식도 더 맛있다."라고 했다. 그런 말 처음 들어봤다. 그 어떤 칭찬보다 좋았다.

nh선생님은 우리 부서에 유일한 남자선생님이다. nh선생님은 아침마다 차를 끓이시는데 나는 거의 매일 그 차를 마신다. 어제도 선생님 자리에 가서 차를 따르고 내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팔이 의자에 부딪혀 차를 바닥에 흘렸다. 처음에는 아침부터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아침을 망칠 뿐이었다. 그래서 웃으면서 "제가 선생님 자리를 촉촉하게 만들어버렸어요"라고 했다. 옆에 있던 yy선생님이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고 했다. 말 한마디 단어 하나가 내 삶에 주는 영향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말만 하고 좋은 말만 들을 수는 없다. 얼마 전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본인의 선택과목 시험시간이 아니면 대기를 해야 하는데 나는 그 대기실 담당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만들어진 대기실이라서 자리에서 한 칸씩 떨어져서 앉으라고 지도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친구와 떨어져 앉지 않았던 학생이 나에게 "얼굴을 갈겨버리고 싶다"라고 했다. 정말이지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 말이 며칠 동안 귀에서 맴돌았다. 상처 주고받는 것은 관계에서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상처를 덜 주고 좋은 마음을 더 많이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혹시 내가 말로 상처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고. 미안하다고. 

반응형

'How to see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팔꿈치::일기  (0) 2020.09.22
완벽주의라면 파레토의 법칙::일기  (0) 2020.07.24
모든 해답은 여기에 있다::일기  (0) 2020.07.23
안 괜찮아도 괜찮아::일기  (2) 2020.07.15
선물::일기  (0) 2020.07.03

google-site-verification=mokmFsyzCDBHq6Kqs6nwJ6ZtJrUW4c9he_9YRIJoV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