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내 탓을 하며 화를 내는 사람의 마음까지 받아줄 수 있을까. 그 화내는 사람이 아이들일 경우는 괜찮다. 하지만 어른일 때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왜 그 나이를 먹고도 저럴 수 있을까 싶다.
폭언을 듣고 멘탈이 바스러졌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의 자동적 사고를 발견했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잘못한 게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내가 나를 사랑해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나를 미워하고 있었으면 내 자동적 사고는 내 감정과 행동까지 나를 갉아먹었을 것이다.
나는 두배로 괴롭다. 내가 받은 상처에 괴로우면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공감도 해버리기 때문이다. 가족의 아픔을 보고 누가 멀쩡하고 이성적일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상담교사이지 아무렇게나 화를 내도 되는 감정 쓰레기통은 아니다.
동기 선생님과 통화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사설 상담센터에서는 내가 당한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 거다. 상처받은 교사는 누가 보호해줄까. 상담교사가 꾸준히 상담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상담은커녕 슈퍼비전도 개인 비용으로 충당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거울이다. 그 거울을 잘 닦을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무조건 교사의 희생만을 요구하는 관리자와 상위기관이 밉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상담교사를 찾는다. 상담교사의 소진을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는 안괜찮다. 하지만 괜찮아질 것이다. 좋은 사람들이 위로해주고 안아줬다.
내일도 1교시부터 상담해야 하지만 나를 잘 챙겨서 아이들을 만날 거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지나고 나면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나게 될 거다. 그러니까 지금 안 괜찮아도 괜찮다.
지나간 시간의 상처는 내 탓이 아니었더라도, 앞으로 만들어갈 시간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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