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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see/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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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편]인생의 흉터들::엘라 휠러 윌콕스::류시화 엮음 사람들은 세상이 둥글다고 말하지만 나는 가끔씩 세상이 모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저기 모서리에 부딪쳐 자잘한 상처를 너무 많이 입으니까. 하지만 내가 세상을 여행하면서 발견한 인생의 중요한 진실 하나는 정말로 성처를 주는 사람들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당신이 몹시 경멸하는 남자는 당신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사실이다. 낮선 이들이 하는 행동으로 인해 당신 마음속에 불쾌감이 일어난다. 하지만 그것들은 잠시 괴롭히다 사라지는 병 같은것. 모든 인생이 이 법칙을 증명한다. 우리를 아프게 하고 전율하게 만드는 상처는 모두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준 것. 낮선 타인에게는 곧잘 최상의 옷, 가장 달콤한 품위를 내보이면서도 정작 우리 자신의 사람에게는 무신경한 표정, 찌푸린 얼굴을 ..
[시 한편]사모::조지훈 사모 /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 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나님을 위하여 누가 우연히 알려준 시 류근의 축시와 비슷하다 나는 이별하지도 않았는데 이런 시에 마음이 찡하다 공감 과다 공감도..
[영어 시 추천] 춤::오리마 마운틴 드리머::하루 시 한편::류시화 시모음 춤 오리마 마운틴 드리머 나는 당신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내 손바닥에 삶의 불꽃으로 쓴 초대장을. 내게 보여 달라. 아픔 속 아픔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지면서도 당신이 당신의 가장 깊은 바람을 어떻게 따르고 있는가를. 그러면 내가 날마다 어떻게 내면에 가닿고, 또한 바깥을 향해 문을 열어 삶의 신비의 입맞춤을 어떻게 내 입술에 느끼는가를 말해 줄 테니. 당신의 가슴속에 온 세상을 담고 싶다고 말하지 말라. 다만 당신이 상처를 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을 때 어떻게 자신을 버리지 않고 또 다른 실수를 저지르는 일로부터 등을 돌렸는가 말해 달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내게 삶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이야기들 속에서 내가 진정 누구인가를 보아 달라. 내게 말하지 말라. 언..
익숙해진다는 것::고운기::시 추천 익숙해진다는 것 고운기 오래된 내 바지는 내 엉덩이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칫솔은 내 입안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구두는 내 발가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내 빗은 내 머리카락을 잘 알고 있다 오래된 귀갓길은 내 발자국 소리를 잘 알고 있다 오래된 아내는 내 숨소리를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오래된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바지도 칫솔도 구두도 빗도 익숙해지다 바꾼다 발자국 소리도 숨소리도 익숙해지다 멈춘다 그렇게 바꾸고 멈추는 것들 속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부장님이 오늘도 시 한편을 선물해주셨다. 사실 나도 시를 좋아한다고, 어느 순간 시를 읽던 삶이 흐려졌다고 말씀드리자 부장님은 "시를 읽는다는 건 꽃 한송이를 보는 것과 같아요. 시 한편에 책 한권이 들어있죠."라고 하셨다. 그 말씀..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시 추천::청춘들에게 하고싶은 말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시집 어제 부장님이 퇴근 길을 함께 해주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생각나는 시가 있다며 오늘 프린트해주셨다. 그 시는 기형도 시인의 기형도 시인은 안..
[시 추천]비가2-붉은 달::기형도 비가 2 ---- 붉은 달 기형도 1 그대, 아직 내게 무슨 헤어질 여력이 남아 있어 붙들겠는가. 그대여, X자로 단단히 구두끈을 조이는 양복 소매끈에서 무수한 달의 지느러미가 떨어진다. 떠날 사람은 떠난 사람. 그대는 천국으로 떠난다고 짧게 말하였다. 하늘나라의 달. 2 너는 이내 돌아서고 나는 미리 준비해둔 깔깔한 슬픔을 껴입고 돌아왔다. 우리 사이 협곡에 꽂힌 수천의 기억의 돛대, 어느 하나에도 걸리지 못하고 사상은 남루한 옷으로 지천을 떠돌고 있다. 아아 난간마다 안개 휘파람의 섬세한 혀만 가볍게 말리우는 거리는 너무도 쉽게 어두워진다. 나의 추상이나 힘겨운 감상의 망토 속에서 폭풍주의보는 삐라처럼 날리고 어디선가 툭툭 매듭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내가 떠나기 전에 이미 나는 혼자였다. ..
꽃::정현태 꽃 --정현태 꽃도 피는 시기가 있으니 봄에 피지 않았다고 서운해 마라가을꽃은 가을에 피는 법이다. 꽃도제 빛깔이 있으니그를 두고 시비하지 마라형형색색으로 피는 것다 자연의 섭리다 꽃도 제 이름이 있으니무명초라고 부르지 마라세상에 이름 없는 꽃은 하나도 없다 꽃이 바람에 진다고 한탄하지 마라꽃이 져야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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