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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travel/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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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잎클로버::제주일기7 어제 밤늦게까지 영화 보다가 잠들었지만 새벽이 되니까 눈이 떠졌다. 바로 일출을 보러 나갔다. 오늘도 아름다운 분홍빛의 태양이 순식간에 올라오고 있었다. 손수건 한 장을 현무암 위에 깔고 앉아 구경했다. 매일 봐도 지겹지 않은 바다다. 해가 높이 떠서 눈이 너무 부시기 시작하면서 주변을 걸었다. 제주에는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바다 근처에 핀 꽃들이 각양각색의 색을 품고 있어서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꽃과 저 풀을 구경하다가 꽤 멀리까지 갔다. 여전히 바다 앞이었고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담이 보였다. 흔히 보이는 담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있었다. 그 담장은 문화재였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사이에 쌓아 올린 담장이라고 했다. 내 눈에는 어제 동네에서 본 밭..
정크데이::제주일기6 잠든 지 한 시간도 안돼서 일어났다. 자기 전에 뭘 마시면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맴돌았다. 창밖을 보니 아주 검고 짙은 하늘에 달이 접시처럼 떠있었다. 이거 보려고 깼구나 혼자 좋아했다. 두어 번을 더 깨다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해가 쨍하게 떠있었다. 오늘은 밖에 나가지 않고 게으름을 즐겼다. 그래 봤자 8시도 아직 안된 시간이었다. 어제 s를 만나 나눴던 대화들이 꿈만 같았다. 몇 년 전 무작정 제주에 갔었다. 당시에 첫 임용시험에서 운 좋게 1차 합격을 했지만 최종 면접에서 보기 좋게 떨어졌다. 졸업과 함께 백수가 되었다. 그때 갔던 제일 좋았던 카페에 혼자 갔다. 오후가 다되도록 ub는 일어나지 않았다. ub는 완전 채식을 하고 나는 채식 지향이라 그곳의 논비건인 당근케익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
내가 남긴 흔적들::제주일기5 일출 보기 딱 좋은 시간에 눈을 떴는데 역시 하늘이 심상치 않았다. 괜히 설레는 오묘한 색이었다. 벌떡 일어나서 바다로 갔다. 오늘 태양은 분홍빛이다. 동영상을 이리저리 찍었다. 너무 아름다워. 오늘의 태양이 가장 좋다. 아주 오랫동안 태양이 올라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시원한 아침 공기가 태양에게 인사하고 사라진 뒤 따뜻한 공기가 불었다. 오묘한 분홍색 하늘이 푸르르게 바뀌면 나는 책을 읽으러 나선다. ub가 추천해준 책을 읽고 있다. 거의 다 읽어서 서평을 쓰려고 한다. 내 속도에 맞춰진 여행은 내 감정에 집중할 틈을 만들어낸다. 그 여유가 이렇게 기록으로 이어졌다. 제주 이전에 했던 여행은 엄마와 함께한 다낭 여행이었다. 엄마는 내가 여행지에서 책을 읽거나 일기 쓰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여기까지 와..
행복한 할머니::제주일기 4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6시 20분쯤 일어났다. 새벽부터 자다 일어나고 다시 잠들었다가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첫날부터 하루 종일 바다에서 수영을 했고 몸 뒷면이 다 탔는데 아주 새빨갛게 익었다. 새벽에 등이 쓰라려서 깼다가 다시 잠들었지만 다시 등이 아파서 깼다. 그래서 일출 보는 것을 포기하고 더 잤다. 수면에 관한 책에서 중요한 것은 수면의 총량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면의 총량'이라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일출은 못봤지만 바다는 보러 나갔다. 귀여운 파도들이 육지로 육지로 퍼져 들어왔다. 오늘은 아침 일찍 세화 5일장에 갔다. 5일장은 매 5일, 10일마다 열리는 시장이다. 작지만 정갈한 시장이었다. 오밀조밀 귀여운 과일들, 푸르른 채소들이 바구니에 가지런히 담아 있었다. ub는 편하게 입을 트렁크 팬..
수영금지::제주일기 3 일어나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가면 따뜻한 태양이 반짝이고 있다. 태양이 내뿜는 빛에 바다가 반짝인다. 우선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고 나면 욕심이 생긴다. 그 욕심은 나중에 서울에서도 추억하고 싶은 욕심이다. 그래서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핸드폰 용량이 별로 없어서 인스타 스토리에 바로 올렸다. 이렇게 인스타에 이것저것 많이 올린 건 처음이었다. 그걸 보고 디엠도 오고 전화도 왔다. 고마웠다. 내가 서울에서 일 때문에 지쳤을 때 제주에 있는 ub의 일기를 보면서 위안을 받았었다. 혹시 내 제주 살이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역시나 벌러덩 누워 책을 읽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이면 향을 피우고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는다. ub가 만들어준 두유요거트에 카카오닙스와 치아씨드를 넣..
제주 도르멍쉼팡::제주 기념품 가게, 제주 소품샵 아침이면 향을 피우고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다. 평대리 해수욕장에서 수영을 하다가 인센스를 사기 위해 도르멍쉼팡에 천천히 걸어 갔다. 소품샵 말고 주얼리샵도 있었는데 내가 간 날은 휴므라 들어가보지 못했다. 접시도 팔고 모자나 엽서, 캔들 등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소품들을 판다. 귀여운 머리끈과 반지, 팔찌들도 있었다. 인센스 종류도 많아서 좋았다. 인센스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간단한 설명도 적혀있다. 내가 인센스를 구입하자 사장님이 인센스에 대해 설명해주시려고 했다.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소개해주신다고 했다. 가게 곳곳에 적혀있는 설명처럼 친절한 분이셨다.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엽서도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니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들려도 좋을 것 같다. 엽서를 좋아하는 나는 ..
제주 혜원책방::제주 책방, 제주 평대리 책방 원래 가려고 했던 레인보울이 닫아서, 바로 옆 쑝디라는 카페에 갔다가, 또 바로 옆에 있는 혜원 책방을 갔다. 무인 책방이다. 나중에 음료를 마시기 위해 다음에 또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약간의 책냄새와 정겨운 할머니집 냄새가 난다. 아주 작고 낡아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만한 책이 있겠지 싶었다. 친구에게 만약에 책 기부하고 싶으면 해도 되나 물었더니 자기에게 기부하라고 했다. 이번에 제주에 얇은 책을 두 권을 들고 왔는데 여기저기 책방도 있고 가는 카페마다 책이 있어서 굳이 책을 많이 들고 오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주 작고 구미를 당기는 책이 많지는 않았지만 주변에 있다면 가볼만한 책방인 것 같다.
바다 수영::제주일기2 5시 반쯤 일어났다. 나가면 바로 바다가 보인다. 현무암 위에 아무렇게나 앉아 일출을 바라봤다. 명상이 따로 필요 없다. 그냥 보고 있는 그대로 느끼면 그게 명상이었다. 그만 돌아가려는데 세 마리의 개들이 해맑은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너도 같이 놀래?'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개들을 따라가니 신재생에너지 연구원 같은 곳에 벤치가 많았다. 개들을 내 주위를 맴돌며 잔디에서 뒹굴고 나는 벤치에 벌러덩 누워서 일기를 썼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한참을 누워있다 보니 개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없고 해는 부지런하게 올라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ub가 아침으로 만들어준 두유요거트를 먹었다. 향을 피우고 숙소 앞 평상에서 ub가 좋아하는 재즈 보컬 허소영의 노래를 들었다. 책을 읽다가 일기를 썼다. "아 행..
20 여름방학::제주일기1 늦어서 급하게 공항에 갔다. 뭐든 조금씩 느린 나는 빨리 해야 할 때면 어딘가 고장 난 사람 같다. 무사히 탑승하고 앉자마자 시를 읽었다. 같은 시집을 10년 동안 여러 번 읽고있다. 그 시집만큼 좋아해서 사놓고 읽다가 선물하고, 다시 사놓고 선물하고를 반복했던 시집도 있다. 여러 사람에게 선물했던 그 시집을 다시 사서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이 시들이 마법의 주문처럼 나를 맴돌았나 보다. 내생각인줄 알았던 것들이 시의 문장이 되어 있었다. 또 청승맞게 행복해서 눈물이 났다. 숙소로 가는 길에 ub의 일기를 읽었다. 대리만족이었다. 근데 이제부터 아니다. 이제부터 직접만족이다. 좀 걷고 싶어서 가로등도 없는 시골길을 20분 동안 걸었다. 마냥 걷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막상 걷다 보니 많이 무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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