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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travel/Jeju

수영금지::제주일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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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가면 따뜻한 태양이 반짝이고 있다. 태양이 내뿜는 빛에 바다가 반짝인다. 우선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고 나면 욕심이 생긴다. 그 욕심은 나중에 서울에서도 추억하고 싶은 욕심이다. 그래서 핸드폰을 들어 사진을 찍었다. 핸드폰 용량이 별로 없어서 인스타 스토리에 바로 올렸다. 이렇게 인스타에 이것저것 많이 올린 건 처음이었다. 그걸 보고 디엠도 오고 전화도 왔다. 고마웠다. 내가 서울에서 일 때문에 지쳤을 때 제주에 있는 ub의 일기를 보면서 위안을 받았었다. 혹시 내 제주 살이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역시나 벌러덩 누워 책을 읽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이면 향을 피우고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는다. ub가 만들어준 두유요거트에 카카오닙스와 치아씨드를 넣고 바나나를 잘라서 조청을 뿌려서 먹었다. 오늘도 우리는 아침부터 행복했다. ub가 빌려준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재밌다. ub도 재밌게 읽어서 내가 어서 읽고 책에 대해서 나랑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내 경험에 다른 이들의 경험이 뒤섞여서 새로운 경험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즐겁다.
잠시 다른 얘기를 하자면 독서모임을 더 만들고 싶다.(스터디/모임을 좋아한다. ) 홀랜드 검사에서 S사회형인 나는 공부도 나의 성향에 맞게 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해서 임용 공부할 때 스터디 6개를 했다. 다들 그럼 언제 혼자 공부하냐고 의아해했다. (나는 그게 공부인데.)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으니 나에게 딱 맞는 공부법인 것 같다. 제주에 혼자 내려와서 친구 ub도 있지만 만나는 사람들과 하는 순간의 대화가 즐겁다.

거의 화상 수준으로 뒷면이 익어버렸다. 어제 밤새 ub가 내 등에 알로에젤을 여러번 발라주었지만 여전히 빨갛고 아팠다. ub는 내 등을 볼 때마다 "으 진짜 아프겠다."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은 바다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고 나 스스로와 약속하고 ub앞에서 계속 말했다. ub는 그때마다 '과연 네가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더웠다. 2층 다락방에서 에어컨을 틀고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우리는 자꾸 천국이라고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12시쯤 준비를 하고 제주 시내로 나갔다. ub는 병원에 가야했고 나는 부족한 선크림을 사야 했다. 시내는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고 ub는 바다에 갈 생각뿐이었다. 간 김에 함덕해수욕장에 갈지 김녕해수욕장에 갈지 고민했다. 나는 옆에서 주문을 외우듯이 오늘은 수영하지 않을 거라고 되뇌었다. 우리는 둘 다 면허가 없는 뚜벅이 여행자라 버스가 아니면 택시를 타고 다녔다. 제주 시내에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숙소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갔다. 날씨가 정말 뜨거웠고 택시 탈걸 약간의 후회를 하면서 페달을 밟았다. 가까운 길을 놔두고 해안길로 돌아가면서 그래도 바다는 너무 예뻐서 한참을 또 행복했다. 정류장에 거의 도착할 때쯤, ub가 잠깐 내려보라고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 자전거를 버리라고 나에게 소리쳤다. 버스가 이미 온 것이다. 당황해서 자전거를 진짜 버리듯이 풀밭에 던지고 달려서 버스를 탔다. 우리는 한참을 또 웃었다.



시내에 도착한 뒤 비건 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진하고 맑은 콩나물 해장국 맛이 났다. ub는 저녁도 여기서 먹자고 했다. 밥먹은 사이에 더 더워진 날씨 때문에 택시를 타고 ub는 병원에 가고 나는 올리브영에 갔다. ub가 초콜릿 같은 간식을 사다 달라고 했는데 올리브영에 비건으로 살만한 초코 간식이 없었다. 나는 제주 시내를 보고 귀엽다고 했고 ub는 시내는 귀엽지 않다고 했다. 나는 내가 귀엽다고 말한 줄도 몰랐고 세상 온갖 것들이 귀여워서 정말 큰일이라고 했다. 몸이 좋지 않았던 ub는 우리 동네로 그냥 가자고 했고 나도 그러고 싶었다.

탑 해장국 (비건으로 주문)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서 기운이 없었던 우리는 바다 근처 비건빙수를 먹으러 갔다. 주문하고 만들어진 비건빙수를 내가 들고 왔는데 바로 안 오고 시간이 좀 지나서 오니까 ub는 "너 또 사장님이랑 얘기하다 왔지. 진짜 신기하다."라고 했다. 아무하고나 즐겁게 이야기하는 내가 수줍음이 많은 ub는 신기해 보인다고 했다. 나도 수줍음이 많은데 수줍어하면서도 대화는 하는 건 ub가 잘 모르는 것 같다.



ub는 빙수를 먹고 기운을 잠깐 차렸다가 다시 안좋아졌고 자전거를 버려둔 곳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나는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타버린 내 등을 찍어달라고 했다. ub는 미안한데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했다. 많이 안 좋은 건 아닌지 걱정이 됐는데 자전거는 탈 수 있다고 해서 그럴 수 있구나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ub는 자전거를 타면 머리가 맑아져서 괜찮아진다고 했다. 우리는 자전거를 타다가 해지는 하늘에 반짝이는 바다가 너무 예뻐서 해지는 걸 바위에 앉아서 보고 가기로 했다.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수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기 때문에 ub는 바지 올리고 발만 담가보자고 나를 유혹했다. 그래 뭐 발만 담그는 건데. 발을 담그고 나니 보였던 맑은 물과 다슬기들. 그 물결 따라 황금빛으로 이어지는 물그림자가 보였다. ub는 이렇게 아름다운데 안 들어가면 반칙이라며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나도 뭐 이제 곧 해가 지니까 등이 덜 따갑겠지 싶어서 바지를 훌러덩 벗고 팬티 위에 속바지를 입고 수영복 인척 하는 복장으로 바다에 들어갔다. 해가 밑으로 밑으로 내려갈 때까지 바다에서 수영을 했다. 바다 색은 노랗고 파랗고 초록초록하기도 하고 맑았다.



한참을 바다에서 놀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씻고나오니 ub가 라면을 끓여줬다. 두부, 파, 다시마 등 재료가 풍성하게 들어가서 맛있었다. 라면을 자주 먹지 않는데 너무 오랜만에 먹는다고 했더니 ub는 수영하고 나서 먹는 라면이 얼마나 맛있는데 앞으로 많이 먹으라고 했다. 밥을 먹고 아침처럼 향을 피우고 책을 읽는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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