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련에 있어서 아사나의 목적은 다양하다. 특정 아사나를 통해 육체적으로 균형을 회복시키기도 하고 에너지적으로 균형을 회복시키기도 한다.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정신적 부분 역시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책에서 설명해준 아사나의 목적 모두를 얻고 싶었다. 틀어진 내 골반을 맞추고 에너지가 남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정신도 균형잡힌 사람이 되고 싶다. 하나만 고르자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싶다. 근데 정신적으로 건강하려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는데 난 욕심이 많아서 힘들겠다.
최근에 원장님께 상담을 받았다. 원장님은 사실 수행자라고 하셨다. 요가를 좋아서 한다기 보다 수행은 너무 날 것이기 때문에 수행과 가장 비슷한 요가를 활용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게 되었다고 하셨다. 내가 요가지도자 과정을 들으면서 불만이 최고조로 다달았다가 나 스스로 괜찮아지면서 하게 된 생각도 같았다. 그리고 나에게 싱잉볼 명상을 가르쳐준 은영선생님도 같은 이야기를 했었다. 은영선생님도 요가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고 본인은 수행자라고 하셨다. 하지만 원장님과 은영선생님 두분 모두 그 어떤 강사보다 요가에 대해 잘 알고 티칭에 대한 열정이 많아 보이시는 분들이다. 처음에 요가는 수단이라고 하셔서 놀랐지만. 본질을 추구하면 그 나머지 부수적인 것들은 함께 딸려오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나도 좀 그런 심지가 두꺼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삶에서 요가와 심리학, 상담하는 일이 나를 자주 알아차림을 주었다. 요가를 하면서 섬세한 알아차림이 필요한 아사나를 통해 마음을 요가 매트 위에 둘 수 있었다. 마음이 한 곳에 모이니 산란했던 마음이 고요해졌다. 그 고요함은 나를 치유하기도 하고 알아차림과 함께 무언가의 변화를 자주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요가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아사나를 운동보다는 수련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아사나를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덜 났던 것 같다. 예전에 읽었던 요가 책에서도 요가에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고 했다. 이 책에서도 아사나를 잘한다는 표현은 그리 적합한 표현이 아니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책 한 권에 엄청난 시간이 들어 있으니 어쩌면 시간을 살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책 읽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을 때 많이 느겼던 것 같다. 권수련 선생님이 요거 강사 교육을 하면서 여러 번 발견한 것들을 책에 썼고, 나는 시간과 건강을 담보로 배울법한 것들을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요가 아사나 수련에서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자신의 몸 상태와 몸의 허용 수준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몸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몸의 정렬, 이완, 허용 범위 등을 배워야 한다. 이 두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무엇이 바른 몸 쓰임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몸이 일정 수준으로 정렬되고 이완되어 균형 잡힌 상태에서 아사나 수향을 할 때와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아사나 수향을 할 때의 차이를 직접 비교해 봄으로써 우리는 서서히 아사나를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나도 햄스트링을 다치고 나서야 몸의 허용 수준이 어디까지인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에 맞게 몸을 아끼고 보살피자 1년정도 걸린다는 치료가 3개월로 단축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햄스트링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완치된 것은 아니라서 더 세심하게 잘 보살피며 수련을 하려고 한다.
책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아사나 티칭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책에 나온 아사나들은 아쉬탕가에 속해있는 동작들이다.
우선 우따나사나이다. 우따나사나는 수리야나마스까라 A라고 불리는 태양경배 자세 시퀸스에 수록된 동작으로 선 상태에서 골반을 축으로 전굴을 하는 선 전굴 자세이다. 우따나사나에서 상체를 숙일 때 등이 과도하게 말리는 원인은 하체의 뒤넙다리근 및 종아리 근육들이 충분히 이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내 햄스트링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등을 구부려 우따나사나 동작을 완성시키려고 했었다. 그러다 햄스트링을 다치고 나서야 무리하게 동작을 해온 결과로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경우 무릎을 구부려 신체 전면부가 밀착되게 만들면 척추의 긴장은 사라진다. 무릎을 구부리는 예비 아사나를 알고는 있었지만 와닿지 않았다. 아사나 완성이 더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에 요가의 목적이 몸과 정신의 건강이었지만 실은 아사나 완성이었다. 나를 속여가며 위선을 떨었던 것 같다. 최근에 예전에 다니던 요가원에서 친해진 sj님의 인스타 피드를 보다가 알아차렸다. sj님이 하기 어려워보이는 아사나를 하고 있는 모습을 인스타에 올린 것을 보았는데 심장이 쿵했다. 나는 퇴보했는데 sj님은 진화한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것을 알아차리고 나니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했다. 내 몸을 잘 챙기다보면 아사나도 더 깊어질 것 이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을 많이 신경써온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sj님이 해부학적으로 몸을 쓰지 않아서 어디라도 다치게 될까봐 걱정이 되었다. 난 참 별 걱정을 다한다. 그리고 그때는 이완이 선행되고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몰랐다. 이제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으니 내 몸을 더 잘 쓸 수 있을 것만 같다. 이제는 각 아사나에는 운동목적이 있는데 전굴할 때 우선권은 척추중립에 있고 척추중립이 유지된 상태에서 가능한 만틈 다리를 더 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척추중립이 유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리를 펴면 운동목적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수련 중간에 거울을 자주 확인하게 되었다. 사실 수련중에는 거울을 보고싶지 않다. 온전히 내 몸과 호흡에 집중하고 싶은데 방해되는 것 같다. 하지만 당분간은 거울을 보면서 감각을 익히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짜뚜랑가 역시 수리야나마스까라 A 시퀸스에 수록된 동작으로 팔굽혀펴기 하듯이 팔을 굽혀서 몸의 앞면이 바닥으로 내려가게 하는 동작이다. 짜뚜랑가에서는 신체 뒤편의 선이 바닥과 수평을 이뤄야 한다.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엉덩이와 아랫배의 근육들이 충분히 강화되어 길항작용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원인은 아랫배에 있었다. 전만 체형이기 때문에 등은 수축, 배는 강하게(?) 이완되어 있다. 별로 먹은 것도 없는데 늘 배가 나와보이는 게 전만 체형이라 그랬다. 복근에 힘이 정말 너무 없어서 복근의 힘이 필요한 아사나는 거의 못한다고 보면 되는데 전만 체형을 교정하려고 3개월 동안 일상에서 호흡을 관찰하듯이 나의 몸을 관찰한 결과 최근에 복부의 힘이 많이 필요한 아사나인 숫타 파당구스타사나를 성공했다. 짜투랑가에서도 나는 부족한 복부의 힘을 팔과 어깨에 책임을 전가해오고 있었다. 짜뚜랑가는 엉덩이와 아랫배의 근육들이 충분히 강화되지 않은 데 원인이 있고 팔과 어깨의 근력이 충분치 못한 데 부가적인 원인이 있다. 팔과 어깨는 상대적으로는 더 발달되어있는 것 같다. 강화가 필요한 근육에도 순서가 있다. 나에게 우선순위는 복근 등 코어힘과 전만 체형 교정이다.
비라바드라사나는 수리야나마스까라 B 시퀸스에 수록된 동작으로 한발은 매트 앞으로 반대 발은 매트 뒤로 벌린뒤 앞에 발을 90도로 무릎을 구부리고 뒷발은 쭉 뻗고 상체는 천장에 수직으로 세우고 팔도 천장으로 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비라바드라사나를 할 때 뒤로 뻗은 다리 쪽으로 열린 골반의 정렬을 맞추기 위해 감은 상태를 생각해보면, 뒤꿈치가 들리는 경우, 그 이유는 뒤로 뻗은 다리 쪽 엉덩허리근과 앞으로 굽힌 다리 쪽 볼기근들, 회전근들, 넙다리근막긴장근 및 엉덩정강근막띠가 충분히 이완되지 못한 상태에서 골반정렬을 맞추려고 하면 몸통의 회전이 필요한데, 그 상태를 보상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뒤꿈치를 들게 되는 것이다. 뒤꿈치를 들어서라도 골반정렬을 맞추는 것이 호흡의 효율이나 근육의 긴장을 고려했을 때 유익하다고 판단되지만 대신 자세의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결국 긴장된 근육들을 충분히 이완시킨 후에야 안정적으로 아사나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뒤꿈치가 바닥으로 닿게 될 것이다. 나는 골반이 뒤틀리더라도 뒤꿈치가 바닥에 닿는게 더 안정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의 골격은 전체적으로 반듯한 느낌이 들 때 가장 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리고 골반 정렬이 발바닥이 땅에 닿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순서가 있는 것이다. 우선 긴장된 근육을 충분히 이완시키고 그 후에 부족한 근육을 강화해주는게 원리인 것이다. 그리고 앞무릎에서는 앞무릎과 발목이 수직이 되지 않고 무릎을 굽힐 수 있는 여분이 남아 있다는 것은 자세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에너지의 온전한 흐름이 제한된다는 의미이다. 주된 원인은 뒷다리의 엉덩허리근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아서 무릎을 더 굽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무릎을 더 굽히기 위해서는 뒷다리의 엉덩허리근이 더 깊게 이완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엉덩허리근에 긴장이 생기기 때문에 무릎을 덜 구부리게 되는 것이다. 엉덩허리근이 충분히 이완되면 무릎은 직각의 위치로 이동하게 된다. 나는 왼발이 앞으로 갈 때는 오른발바닥이 땅에 전부 닿는데 반대쪽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오른 발꿈치를 살짝 들어서 왼 골반이 충분히 이완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빠리브르타트리코나사나는 회전 측면 각 자세로 발을 벌리고 앞 발은 90도로 굽히고 뒷발은 쭉 펼친 상태에서 상체를 앞발쪽으로 회전시켜 꼬아준 뒤 꼬아져서 바닥쪽으로 내려간 팔은 바닥을 짚고 반대팔은 사선으로 쭉 당기는 동작이다. 빠리브르타트리코나사나는 상체의 회전하는 유연성이 돋보이는 동작이다. 그래서 다들 빠리브르타트리코나사나를 할 때 상체 회전에 집중을 하는데 사실 상체보다 골반의 정렬이 선행되어야 한다. 나는 상체가 이완되고 유연한 편이라 빠리브르타트리코나사나를 손쉽게 해왔는데 골반이 틀어진 것을 알게 되어 바로 잡은 상태에서 해보니 옆으로 많이 흔들리고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이를 교정하기 위한 대안으로 벽을 이용하여 맞추는 방법이 있다. 가슴을 벽에 밀착시키고 엉덩이 측면도 벽에 밀착시킨다. 이렇게 하면 손쉽게 정렬을 맞출 수 있고 벽과 신체 앞면이 밀착되면서 흉추의 회전력이 극대화될 수 있어서 좋은 대안인 것 같다. 그리고 빠리브르타빠르스바코나사나에서 무릎이 발목보다 돌출될 경우 무릎 연골이 과도하게 압박되고 인대에 긴장이 커져 통증이 생기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그리고 무릎을 펴는 다리의 넙다리네갈래근은 쉽게 피로해진다. 발목도 과도하게 꺾여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이는 앞다리와 뒷다리의 간격이 너무 좁은 상태에서 측면 정렬선을 맞추려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지다. 뒤로 뻗은 다리의 발바닥을 더 멀리 보내 무릎에 발목 위에 올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이렇게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책을 통해 내 정렬을 점검해보고 앞으로 아사나 수련에도 활용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요가 지도에도 잘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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