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의 아이러니는 늘 죽음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p. 248
한줄평, 별점
죽음을 다각형으로 볼 수 있다면/★★★☆☆ (3/5점)
올해 바쁘지만 책을 참 많이 읽었다.
서평 쓸 틈도 없이 와구와구 읽느라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방학 때 다 정리할거라고 우겨보지만 안 할 것 같다. ㅋㅋㅋ <죽은 자의 집 청소>는 감사한 기회로 팟캐스트 방송에 참여하게 되어 정리를 좀 하긴 해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공책에 적어뒀다.
내가 참여한 문학소년단 두둥! 녹음본의 업로드는 언제 올라올지 모른다 ㅋㅋㅋ
https://m.podbbang.com/channels/14514
김완작가는 특수청소업체 하드웍스의 대표이며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특이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던 사람의 다른 업에 대한 글쓰기가 어떨까. 나는 좀 과하다고 느꼈다. 특수청소에 대한 수필인데 너무 문학적이랄까. 작가님의 재능으로 소설을 쓴다면 재밌을 것 같다.
죽으려고 했거나 죽고싶은 사람을 매일같이 만나다보니 나도 죽음이 친숙하다. 아니, 친숙하다기 보다 낯설지 않다. 그래서인지 나도 평소에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죽어가는 순간엔 저리기도 하고 가려울 수도 있고 졸음이 쏙아진다고 한다. 졸음이 제어가 안되면서 환각상태에 있다가 숨이 끊어진다고 한다. 졸면서 죽는다니! 내가 원하는 죽음이다. 밤에 잠자리에 돌아가시는 분을 종종 '호상'이라고 한다. 나도 고통없이 꾸벅꾸벅 졸다가 잠들면서 죽고싶다.
이 책은 죽은 후에 내 육신이 어떻게 되는지, 내가 남긴 것들은 어떻게 될지에 초점이 맞춰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어떻게 죽는지와 죽음이 삶에 주는 의미 따위의 것은 많이 생각해왔지만, 사후까지 죽음에 대한 생각이 확장된 것이다.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님은 한 잡지 인터뷰에서 타인의 유서를 보면 대개 죽기 직전의 말은 길지 않아서 본인도 남기고 싶은 말은 평소에 자주 적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나는 일년에 적어도 두번정도 유서를 쓴다. 노트북에 적을 때도 있고 일기장에 적을 때도 있다. 쓰다보면 신기하게도 내 삶의 우선순위가 보인다. 그리고 나처럼 유서를 자주 쓰면 내 우선순위가 어떻게 바뀌어가는지 관찰도 할 수 있다. 작년에는 이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올해는 저게 나에게 중요해졌구나. 한번 짚어준다. 미리 대비하면 상대적으로 행복한 죽음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유서를 쓸 생각이다. 형식이 유서일 뿐 좀 더 특별한 일기를 쓰는 것 같다. 묘비명은 뭐라고 쓰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묘비명은 남이 써줬으면 좋겠다 ㅋㅋㅋ
죽으면 몸이 딱딱해지고 굳어버릴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라 몸에 있던 피와 액체 오물이 몸에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깨끗하고 뽀송하게 죽을 수 없다는 이 사실을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고상하게 자살하고 싶어하는 내담자들에게 이야기해주면 어떻게 될깨 궁금해졌다. 인간의 시체뿐만 아니라 저장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의 집청소(스포를 좀 하자면, 오줌을 모으는 사람도 있었다..), 동물 사체 등등 징그러운 것들이 잔뜩 묘사되어있다. 나는 비위가 약한 편인데 건너뛰지 않고 차근차근 읽어보니 담담하게 읽혔다. 책을 덮을 때쯤엔 내 생각보다 내가 좀 더 강한 사람인가하는 착각이 들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수도꼭지의 아이러니는 누군가가 씻는 데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졌지만 결코 스스로 씻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죽은자의 집이라면 그가 누구든 그곳이 어디든 가서 군말 없이 치우는 것이 제 일입니다만 정작 제가 죽었을 때 스스로 그 자리를 치울 도리가 없다는 점이 수도꼭지를 닮았습니다. 언젠가 죽은 이가 숨을 거두고 한참 뒤에 발견된 화장실에서 수도꼭지에 낀 얼룩을 닦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다고" (몇페이지인지,,)
'수도꼭지'에 마음이 와닿았다. 나도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고 있지만, 누군가의 도움과 위로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제일 상담이 필요한 상담교사.. 나또한 절대적으로 혼자서만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도울 때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를 생각하면서 돕게되는 것 같다.
- 장례식
미용계의 대모?라는 그레이스 리 선생님은
"내가 죽은 날에 모이지 말고 그냥 내 생일에 모여. 제사 음식 차리지 말고 맛있는 음식 만들어서 즐겁게 먹어. 내가 없으니 내 흉 실컷 보면서 실컷 웃어. 그럼 내가 하늘나라에서 지켜보고 따라 웃을 거야." 라고 함. 생전에 자주 '죽음은 삶의 한 일부일 뿐 특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하셨다. 실제로 장례식장에 분홍 장미와 평소 좋아하던 탱고음악을 틀어서 다른 장례식 조문객들이 들러 구경하기고 했다고 한다. 내 장례식 롤모델이 되셨다.
유성호 교수님도 아들한테 한번도 안 입어 본 수의 입히지 말고, 결혼할 때 입은 예복 입혀주고 장례식장에 틀 영상도 미리 찍어 둘거라고 한다. 와주셔서 감사하고, 내 아들 피곤하니 10시 전에 돌아가라고ㅋㅋㅋ
내가 꿈꾸는 내 미래 창례식은 우선, 일회용품을 조금만 썼으면 좋겠다. 내 유서에 쓰일 내 지인들은 각자 개인 식기를 지참해왔으면 한다. 그리고 집에 안 쓰고 쌓아둔 일회용품을 기부받아서 그것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활동을 누군가가 수고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내 장례식은 내가 직접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신나고 재밌는 장례식을 준비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싶다. 우선 제일 생각나는 곡은 드뷔시의 달빛, 모차르트의 론도 정도? 그리고 음악도 1부, 2부 등등으로 나누어서 재즈와 인디음악 등 분위기를 바꿔줄 노래들로 리스트업 하고싶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 때 유서를 다시 쓸건데 장례식에 쓸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볼 예정이다. 음식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었으면 좋겠는데 욕심일 것 같고, 채식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리가 따로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잔반 좀 덜 남기고 먹을 만큼만 먹고갔으면 좋겠다. 제삿상에는 꼭 복숭아를 올려주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여름에 죽는게 아니라면 복숭아를 구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여름일 경우에만 올려줬으면 좋겠다. 죽은 자의 소원이라고 해서 산 자의 부채의식을 만들어주고 싶지 않다. 그것들을 준비할 사람은 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 나는 죽어서도 ㅋㅋㅋ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반려동물 동반 가능했으면 좋겠다. 나는 동식물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반려동물들도 내 장례식장에 올 수 있다면 놀러와서 다른 동물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갔으면 좋겠다. 방송에서는 어떤 분이(어떤 분인지 잘 기억이 안난다) 본인의 장례식장을 나갈 때 커플이 매칭되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ㅋㅋㅋ 나는 죽었지만 새 생명 탄생시킨다고 ㅋㅋㅋ 너무 웃겼다. 아 그리고 불편한 정장의 검은 옷 말고 자기가 입고싶은 옷 아무거나 입고왔으면 좋겠다. 제일 좋아하는 옷이나 편안 옷을 입고 왔으면 좋겠다. (이건 나도 편하게 입고 가고 싶어서 ㅋㅋㅋ) 그러고 보니 미리 해야 할게 참 많다. 어떤 사진을 쓸건지도 미리 골라둬야 겠다. 임용 시험을 위해 메이크업+헤어 세트로 값을 꽤나 주고 찍은 증명사진은 너무 싫다. 내가 아닌 것처럼 나왔고 예쁘지도 않다. 아 꽃도 하얀 국화말고 내가 사망한 계절에 많이 나고 예쁜 제철 꽃으로 장식해줬으면 좋겠다. 예쁜 꽃이 많았으면 좋겠다. 오는 사람들도 기분 좋아지게 ㅎㅎ
죽을 때 남기고 싶은 것과 남기고 싶지 않은 것. 남기고 싶은 것은 잘 모르겠고 남기고 싶지 않은 것은 여기에 쓸 수 없다. ㅋㅋㅋ
- 저장장애
저장장애인 사람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물건을 보관하고자 하는 강한 충동을 느끼며 물건을 버리는 것을 고통으로 여긴다. 인지행동적 측면에서 저장장애의 원인을 정보처리 결함으로 본다. 이 사람들은 생활 전반에 우유부단함을 보이며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물건을 버릴지 말지를 다른 사람보다 어려워한다. 유목화를 잘 못해서 유목 수가 일반인보다 적다. 기억의 결함도 있어서 기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손실에 대해 과장된 평가를 하게 된다. 그래서 버리질 못한다고 본다. (이외에도 정신분석은 항문기 고착,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애착 전이 대상이 다양한 물건으로 이동)
" 참으로 불가사의한 것이 있다면, 쓰레기가 극도로 쌓인 집엔 동전과 지폐가 아무 곳에나 흩어져 이리저리 나뒹군다는 점이다. 꽤 오랫동안 이런 집을 맡아왔지만 예외 사례를 찾기가 더 힘들다. " p.52
"돈과 쓰레기의 구별, 즉 가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가 허물어져 자본주의적 특징을 무색하게 만드는 이 상황." p. 53
책을 읽고 나에게 생긴 변화가 있다면
- 청소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해서인지 방이 더러우면 바로 치우게 된다. 혹시나 내가 갑작스럽게 죽은 뒤 남은 사람들이 힘들까 싶다. 원래는 피곤하니까 내일 아침에 치우려고 했던 것들을 그날 저녁에 치우고 있다. 이게 얼마나 갈까 싶긴 하지만 기분 좋은 변화이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게 됐다. 죽으면 남은 사람들이 다 치워야 할 쓰레기가 될 물건들이라고 생각하니 물건보다는 가치를 소비하게 됐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받게되는 순간, 자동반사적으로 손을 뻗고 감사하다고 대답하고 여러 탬포가 지난 후에야 아차하는 나는 아직도 물건이 너무 많다. '미니멀리즘 실천중'이라는 말에서 '실천중'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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