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잘 쉬고 며칠 만에 아쉬탕가 수련을 했다. 요즘 운동보다는 공부가 먼저라서 운동을 할 때 낯선 감각이 느껴진다. 쭉쭉 잘 늘어나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는 게 금세 실감 난다. 그래서 아쉬탕가는 할 때마다 새롭다. 그게 아쉬탕가의 매력이다.
「이동진 독서법」이라는 책에서 소개된 연세대 철학과 김형석 교수님이 떠올랐다. 김교수님은 사십 년째 매주 세 번 수영을 하신다고 한다. 늘 책을 읽고, 책을 쓰고, 강연을 하셨다. 자리를 탐내지 않고, 자식들에게도 냉정하게 보일 정도로 간섭하지 않으셨다.(음, 그래도 사랑은 표현할수록 좋다는 주의라서 이 부분은 흐린눈으로 봤다) 아이들에게도 존댓말을 하고 부부싸움도 아이들이 못 듣게 방에 들어가서 하며(이 부분에서 감탄했다. 부부상담 책에서나 보던 내용을 실천하는 분이 있다니.) 언제나 웃음으로 남편을 맞던 부인이 그의 기둥이었다고 한다. 부인을 떠나보낸 지 십 년이 넘었지만 부인의 손때 묻은 낡은 집에서 홀로 지낸다는 교수님. 아주 가끔 딸에게 울고 있는 모습을 들킨다는 그 교수님이 수련을 하는데 생각났다. 김교수님은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그저 인내 하나 배우러 오는 것 같다"라고 하셨다.
나는 요가를 통해 인내를 배운다. 요가뿐만 아니라 삶을 통해 인내를 배우고 그 인내와 함께 살아간다. 인내를 습관으로 만들고 그 습관이 행복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습관이 행복한 사람,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나의 삶의 모습은 내가 꿈꾸는 삶과 조금은 닮아있다. 매일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그게 감사하다.
오늘은 창문을 열고 수련을 했다. 수련을 할 때 피부로 바람을 느꼈다. 요즘 「아무튼, 메모」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에서 봤던 바람에 대한 아주 좋은 표현이 생각났다.
"바람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순간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니까'"
이 문장이 생각나고 부유하던 내 생각들이 그 순간 요가 매트 위로 돌아왔다. 우리 부서의 nh선생님께 절운동을 배웠을 때 선생님께서 절방석 위에 내 마음을 올려두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마음에 오래 머물렀었다. 바람이 불었고 nh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고 내 마음이 요가 매트 위로 돌아왔다. 지금 여기에서 충실한 삶. 미움도 집착도 내려놓고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이 평온하고 행복하길 바라며 꿀잠 예약을 해본다. 오늘도 안온하고 편안한 밤이 되길. 나도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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