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결정할 때 나만의 기준이 있다. 그 첫 번째 기준은 지속가능성이다. 요가는 요가 매트에서 내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운동이다. 그래서 내가 늙어도 꾸준히 할 수 있다. 느리지만 조금씩 내 몸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이 즐겁다.
상대적으로 어떤 재미의 단계로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재미라기보다는 고행 같고 공부 같은 것일수록 그 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신세계가 열린다고 한다. 요가가 그랬다. 그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은 대부분 오래 걸리는 시간 자체가 그 핵심이다. 정말 요가가 그랬다. 요가를 하는 그 시간들이 즐겁고 감사하다.
사랑하면 아주 작은 것까지 관심이 가게 돼있다. 그래서 사랑을 하면 티가 난다. 요가를 하면서 그전까지 나는 내 몸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요가를 하면 자꾸만 내 몸의 느낌을 관찰하게 된다. 어깨가 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골반 어느 쪽이 더 뻣뻣한지, 발가락에 힘을 잘 주고 있는지 신체의 아주 작은 부분까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럴 때 나는 나를 세심하게 배려해주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게 참 좋다.
요가는 상담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상담시간과 요가수련 시간 모두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다. 요가에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호흡과 몸을 관찰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쉬탕가 요가는 정해진 시퀀스와 빈야사 카운트에 따라 수련하는 전통요가 중 하나다. 구성이 거의 동일하다. 그래서 가끔은 선생님이 아직 하라고 안 했는데 내 몸이 다음 빈야사 동작을 하려고 할 때가 있다. 지루하냐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어느 날은 평소에 잘되던 아사나가 도저히 못할 것처럼 너무 힘들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나만 아는 작은 성장을 느끼고 뿌듯하기도 한다.
어제의 아쉬탕가 수련은 등이 주제였다. 선생님은 코브라자세를 할 때 고개는 조금만 젖히고 가슴을 더 내밀어보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조언대로 아사나를 약간만 바꿨는데 바로 등이 시원해졌다. 등이 괜찮아지니까 명치가 제자리를 찾게 되고, 명치가 제자리에 있으니 골반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등이 명치에, 명치는 골반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한동안 등에 많은 관심이 머물 것 같다.
요가 매트 아래에는 늘 배움이 있다.
제가 다니는 요가원은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성대시장 안에 위치한 요가아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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