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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see/Diary

존재로 위로가 되는 사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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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날
그 전날 요가 수련을 하는데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평소와 비교하면 좋은 축에 속했지만 요즘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더 비교됐던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운동복을 입고 투표소로 갔다.
투표를 하고 공원에서 인터벌 러닝
뛰면서도 심상치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뛰는 게 힘들어서 아주 천천히 달렸다.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는데 내 피곤함이 다 이해가 되었다!
월경이 시작되었다.
정말 읭 스러웠지만 몸이 무거운 이유를 알아서 다행이었다.
예정일보다 훨씬 일찍 시작해서 몰랐다.
그러고 보니 백신 맞고 주기가 늦어졌는데 다시 원래 주기로 돌아온 것 같기도?

그렇게 아주 천천히 씻고
뭐든 아주 천천히 했다.
나의 상태를 수용하고 존중하니 속상하지 않았다.
신나게 무언가를 해야 할 때에 하필 생리를 해서 뭘 못하겠다고 생각하던 나였다.

천천히 하니까 하려던 것을 다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무늘보가 된 오늘의 나는 천천히 가보고 싶던 카페에 갔다.

일부러 좀 많이 걸으면서 갔는데
가는 길에 아름다운 전철길도 보이고
여유롭게 카페 테라스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보였다.
귀여운 강아지들과
엄마와 손을 꼭 잡고 올리브 영 좀 들리자고 말하는 딸과 사고싶은거 사주겠다는 엄마,
공 던지는 시늉을 해주면 받는 시늉을 하는 어느 아빠와 아들도 보았다.
너무 행복한 날들이었다.
이런 것들로 너무 충만하게 행복했다.
내 컨디션과 아무 상관없이도

 

 



그렇게 간 카페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요즘 건강하게만 먹었는데 (일부러 건강식으로만 먹은 건 아니고 그냥 건강한 게 먹고 싶었다)
그날은 달달한 것들이 먹고 싶었다.
두유 아이스크림과 견과류로 만든 케이크를 주문해서 먹었다.
건강한 단맛들이라 건강하게 행복했다.

카페에서 책도 읽고 영어 공부 좀 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보러갔다.

 



GR라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GR와는 꽤 오랜 인연이라 추억이 많은데
오랜만에 만나 너무 반가웠다.

맛있는 걸 먹으면서 즐거운 대화를 했다.
GR이는 즐겁게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A라는 곳에 살고 있는데 그 동네가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내 덕분이라고 했다.
GR이가 서울에 있지 않았을 때 우리집에서 자면서 같이 논 적이 있는데

그때 내가 우리동네가 너무 좋다고 하면서
도서관도 있고 귀여운 시장도 있고 어떤어떤 것들도 있다고 설명해줬다고 한다.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ㅎ)

그때 내가 행복하게 설명해줘서 내 덕분에 GR 삶에 기준이 생겼고
내가 사는 동네를 사랑하는 게 느껴져서 GR 이도 그런 동네에서 살고 싶었고
GR도 집을 구할 때 그때의 내 모습을 보면서 참고해서 집을 보러 다녔다고 했다.

 

내가 GR에게 고마운 존재라고 했다.
고마운게 너무 많아서 늘 보답하고 싶었다고 내추럴와인 한병을 사들고왔다.
동네에 작고 귀여운 와인샵이 있는데 거기 지나가면 내 생각이 났다고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어쩜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할 수 있는건지 싶고 약간 소화가 벅찰만큼 칭찬이 쏟아졌다.

내가 데려간 비건 식당들은 다 저장해두고 따로 또 가보기도 하고

지인들도 데려가고 뿌듯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GR가 말해주는 모든 말에 행복했다.
나도 GR 덕분에 잘 지냈고 서로한테 그런 존재인 것 같아서 행복하다고 했다.

GR가 서울에서 잘 적응하는 것도
내가 서울에서 나만의 히든플레이스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해줬던게 좋아서
나도 그런 장소들을 찾게 됐고 그렇게 서울살이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올해의 목표는 '어디에 있든 행복하기'라고 했다.


(너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서 중간에 클로바 노트 녹음하기 시작..ㅎㅎ)

[GR]
"근데 그렇게 생각했을 때 언니가 본보기 같은 사람이었지
왜냐하면 언니는 어디를 가든지 다 거기에 너무 장점들을 알고 뭔가 자기가 좋아하는 데를 발견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지금 그게 너무 인상 깊었고
지금 이 서울 생활에도 만족할 수 있었던 만족하는 이유가 그런 게 큰 것 같아
내가 좋아하는 곳에 자주 가고 발견해내고 이렇게 되면서 지금은 나 진짜 어디 있든 행복하겠다.
내가 진짜 산골짜기 들어가도 행복할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

"되게 좋았던 점이 뭐였냐면 언니랑 나랑 더블린에서 같이 보낸 게 마지막이잖아
그게 나에게는 언니에 대한 되게 제일 강한 마지막 인상이란 말이야
근데 그때 언니가 막 이제 막 비건을 시작해서 '이런 거 해보려고 한다. 이런 거 배우고 싶다.'라고 했거든.
그래서 아직 뭘 많이 해보지 않았고 그때 요리 못한다고 그랬었거든
지금 언니는 진짜 그거를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지금 너무 많은 맛있는 식당들을 알고 있고

그게 언니의 습관이 돼버린 거잖아
언니의 삶이 되었잖아 지금은
이제 이렇게 언니가 요리를 해서 인스타 올리는 것 보면 너무 예쁘고 너무 맛있어 보이는 거야
그래서 진짜 뭔가 자기가 말을 한 거를 지키는 거야
그게 진짜 나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멋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너무 인사이트를 얻는 것 같아
이렇게 살고싶다라는

언니의 모습은 너무 건강하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정말 자기가 생각한 대로 살면 행복하구나
이게 너무 본보기가 되는 거지"

"언니를 대학교 때부터 봤잖아
그래서 꽤 오래 봤는데 그러니까 언니는 그때도 너무 좋은 사람이었고 그때도 너무 좋았는데
지금도 뭔가 너무 예쁘게 성숙하는 느낌이었지
그러니까 언니를 보면 정말 건강하다 이건 너무 베이스인 것 같아
고민 많던 시절에도 언니는 건강했고 내 생각에는 그거는 언니가 바뀌지 않는 점이라고 해야 되나
언니가 어렸을 때도 그 기반에는 건강하게 그래도 잘하고 있는 언니가 기반이 된다고 해야 되나
그러니까 막 언니 그때는 이제 갇혀 있겠지만 지금은 뭔가 열려 있고 그냥 그런 차이는 있겠지만 건강한 사람이다.
이건 너무 베이스인 거야
너무 단단한 이미 그 기반이 있는 사람

그래서 나는 진짜 언니를 처음 알고 지금까지 진짜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미친 일들을 다 어쨌든 이겨내고 지금 너무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 되나
그게 나는 멋있다고 생각을 해

언니 이야기를 듣잖아?
그럼 나한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다른 사람한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
아직 일어나지 않았어도 이렇게 언니가 아까 말한 것처럼
이런 일이 좀 바닥이라고 생각을 하는 일이 일어나도 언니처럼 웃을 수 있겠구나 건강할 수 있겠구나 이게 나 너무 그게 나한테는 충격인 거야
그래서 이 마인드는 너무 배우고 싶고
그래서 언니도 언니의 삶을 사랑이겠지만
나도 언니의 삶을 너무 좋아하는 이유가 그래서 뭔가 그렇게 해보고 싶은 이유가 그런 게 큰 것 같아."



[나의 대답]
"이번에 한 번 더 성장한 것 같다고 느낀 게
그 전에 아팠을 때는 나한테 치유의 힘이 있구나 치유되고 건강해질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는데
하나 못 배운 점이 뭐냐면 아프면서도 웃을 수 있고 아프면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거 몰랐어

내가 다 나아지고 괜찮아지고 웃어야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 거 있잖아
'나부터 챙겨라. 내가 건강해야 애들도 챙긴다.'
그게 1차원적으로 있어서 내가 안 괜찮으면 진짜 막 다 그냥 문 닫고 치유에만 몰두하고 그렇게 살았는데
이게 안 좋은 일만 계속 생기다 보니까 계속 그냥 치유하기만을 기다릴 수가 없었어
나도 살아야 되는데 언제 나을지 모르니까

근데 사람들이 왜 자살하나 생각해 보면 그런 일을 겪었을 때
그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안 보이니까 죽는 거잖아
마음이 끝이라 생각하니까

근데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면 아프면서도 살아갈 수 있거든
그러니까 내가 나아져야만 남을 도울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아픈 상태에서도 누군가를 만날 수 있고 도와줄 수 있고 내 삶을 살 수도 있고 그럴 수 있는 거야
근데 그거를 이번에 배운 것 같아

어차피 안 좋은 일은 계속 생기고 우리는 살아가야 되잖아
그때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 되게 많이 배운 것 같아
솔직히 지금 내 상황이 썩 좋지는 않잖아. 안 좋다고 보면 되지.
근데 나는 진짜 내일 당장 죽어도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아. 난 진짜 행복했으니까.

내가 이런 상황이어도 오늘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또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러면 빨리 '지금 더 알차게 행복해야지' 하고 더 촘촘하게 행복하려고 기를 쓰는 거야

어차피 힘든 일은 또 생길 거야
근데 또 생기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안 들어. 또 생길 거야. 당연히.
나는 어차피 또 늙고 그게 별일이 없더라도 늙고 병들 거야.
그리고 그러면 죽을 거야.
근데 그런 게 별로 안 두려워.
어차피 당연히 올 일이거든.
사실 그것만 오면 엄청난 행운이지.
근데 그것만 오지 않을 거야. 지금보다 더 힘든 일이 올 거야.
근데 그거랑 지금 내 행복이랑은 상관이 없어.
그게 진짜 이번에 내가 성장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GR]
"나는 언니가 또 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
언니 만나면 언니가 얼마나 또 성장했을지 얼마나 재미있는 얘기를 해줄지 기대되고 이건 진짜 책으로 냈으면 좋겠어

언니는 나한테 존재로 위로가 되는 것 같아
나는 누가 나한테 조언해주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고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도 나 스스로 느끼는 걸 좋아하는 데
언니가 나에게 조언해주지 않는데 언니랑 같이 있다보면
언니가 너무 행복해보이고 언니가 해주는 말들에 내가 배우는 게 너무 많아서 좋아
그래서 언니를 안 볼 때도 언니 생각 많이 하고 고맙고 언니처럼 살고 싶어
언니 만나면 언니가 얼마나 또 성장했을지 얼마나 재미있는 얘기를 해줄지 기대되고
그래서 언니랑 무얼 하지 않아도 언니가 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이 나한테 위로가 돼
힘든 일이 생길 때 안나는 또 여기서 뭘 배우고 잘 극복해서 성장할거니까 나도 그럴 수 있을 거 같거든"



헤어지기 직전 울먹이며 나라는 존재가 위로가 된다는 이야기를 하던 GR이와 같이 울어버렸다.
관계야말로 행복이라는 것을 무겁게 느낀 하루였다.
GR의 아름다운 말들로 거창하게 칭찬샤워를 한 나는 행복에 겨워 눈물도 흘리고 웃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어서 벅차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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