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w to see/Movies

시네마 천국::주세페 토르나토레(1988)

반응형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눈물이 나는 영화다. 시네마 천국은 영화음악 감독인 엔니오 모리코네가 최근에 별세하여 추모의 의미로 재개봉했다고 한다. 정말 오래됐고 고전이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띵작인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너무 익숙했던 그 음악이 나온 지30년 된 이 영화의 음악이라니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다. 이런 좋은 영화를 영화관 스크린에서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사실 그렇게 슬플 것도 없었는데 영화에서 ost만 들리면 눈물 버튼이 자동으로 눌러졌다. 영화관에서 영화 보는 장면을 보다가 영화를 보는 내 모습이 저럴까 생각하게 된다. 

 

작고 귀여운 토토는 밝고 명랑하게 행동하는 모습과 주변을 잘 챙기고 공부도 잘하는 모습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아이다. 영화의 배경은 이탈리아이고, 전쟁 때문에 러시아에 간 아빠가 죽는다. 그리고 혼자서 토토와 어린 여동생을 키워야 했던 토토의 엄마의 지친 모습이 나온다. 삶이 버거운 엄마에게 토토가 하는 작은 실수도 크게 다가온다. 집에 작은 불을 내는 실수를 해서 엄마한테 맞는 토토를 볼 때 너무 마음 아팠다. 저 엄마의 상처도 보여서 마음이 아팠지만 폭력이라는 요즘(?) 정서에 맞지 않는 장면 때문에 보는 중간에 마음이 불편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상담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류의 장면들을 보면 내 마음도 쉽게 요동치는 것 같아서 가볍게 보고 지나치기 어렵다. 

 

아빠가 없는 토토에게 알프레도라는 선물 같은 사람이 있다.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영화관 영사실의 일을 알려주며 아빠 같으면서도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토토에게 알프레도와 같은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정말 행운이고 축복받은 일인 것 같다. 진심으로 토토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알프레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알프레도의 사랑은 약간의 모순이 있었다. 못다 이룬 자신의 꿈을 마치 토토가 대신 이뤄줬으면 하는 마음 같아 보였다. 중년의 나이에 검정고시를 치르는 장면에서 알프레도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합격을 바랐다. 그런 그에게 화재로 인한 실명은 꿈을 좌절시켰다.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고향을 떠나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떠나는 토토에게 절대 돌아오지도 말고 다 잊고 절대 뒤돌지 말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토토가 잘 되길 바라는 알프레도의 마음에 사랑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내가 본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무삭제 감독판에는 알프레도가 토토와 엘레나의 사랑을 방해한다고 한다. 혹시 토토가 고향으로 돌아올까 봐 엘레나가 보낸 편지를 숨긴다고 한다. 자신의 좌절된 성장에 대한 열망을 토토에게 투영하여 이런 왜곡된 사랑의 행동을 한건 아닌가 싶었다. (투영이고 뭐고 사실 알프레도의 행동에서 자꾸 토토에 대한 커다란 사랑이 보여서 맴찟..

중년이 된 토토는 젊은 시절 자신이 촬영한 엘레나의 영상을 돌려 보면서 조용히 흐느낀다. 만약 둘의 이별이 주변의 방해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게슈탈트상담 이론 강의에서 들었던 인상 깊은 말이 있다. 게슈탈트 이론에서는 인간은 미완성을 완성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런 경향에 의하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사랑은 '조건'만 있으면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서로 가장 사랑하는 순간에 한 명이 죽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만약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고, 평범하게 잘 만났다면 몇 개월 만나다가 사랑이 식었다며 헤어지고 서로의 흑역사로 남았을 수도 있다. 토토의 사랑도 비슷한 결이 아니었을까 싶다. 미완결로 끝난 사랑이라서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 건 아닐까. 그럴 때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그 감정을 다뤄주는 게 좋다. 자기만의 이별 의식을 치른다던지, 엘레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써본다는지 등등.

 

영화를 보면서 참 즐거웠다.

 

 

반응형

google-site-verification=mokmFsyzCDBHq6Kqs6nwJ6ZtJrUW4c9he_9YRIJoV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