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주디Saint Judy
개봉 : 20.7.29.
감독 : 숀 해니시
주연 : 미셸 모나한, 림 루바니, 커먼(커먼~)
짧은 줄거리 소개를 하자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으로 망명하려는 여성과 그를 변호하려는 변호사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통해 여성인권의 참담한 현실과 이슬람의 거지같은 명예살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명예살인은 가족이나 공동체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 정당하게 살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연간 명예살인되는 여성은 약 5000명이라고 한다. 비공식은 약 20,000명이라고 한다.
영화는 주디 우드의 1994년의 실화 이야기이다. 아프가니스탄 여성 아세파는 소녀들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탈레반에게 체포되어 몸과 마음이 손상됐다. 미국의 망명법은 정치적 위협은 보호하지만 여성은 약자로 보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원은 아세파가 여성이기 때문에 핍박받은 거라며 추방 명령을 내린다. 이 장면에서 판사 벤튼은 자신의 공감보다 원칙을 중요시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벤튼은 같은 여성으로서 아세파에게 깊이 공감하지만 판사로서 법이 규정한 원칙을 지킨다. 그리고 주디는 괴로워하면서도 그렇게 행동한 벤튼의 입장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스스로가 지닌 전문성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주체성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영화를 보다보면 미국 사회의 다양한 인종을 자연스럽게 바라볼 수 있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본디 이민자의 나라였다는 것도 다시 상기하게 된다. 패소한 주디는 아세파에게 자신은 그저 운 좋게 미국 땅에서 태어났다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미스 함무라비>를 쓴 문유석 판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는 <쾌락독서>에서 ‘무엇보다 먼저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중립적이고 합리적일 수 있다면, 그건 나의 현명함 때문이 아니라 나의 안온한 기득권 때문임을.’이라고 말한다.
주디는 항소를 한다. 지금껏 아무도 하지 않았던 행동이다. 그리고 항소 재판에서 그럼 지금까지 잘못된 판결을 내린 거냐고 묻는 판사에게 주디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지금부터 바로 잡으면 된다고, 그렇게 되면 이후에 많은 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넘 멋져..) 이 사건을 통해 처음으로 여성이 망명 제도 안에서 보호받아야 함을 인정받게 되고, 이 선례로 인해 이후 많은 여성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트럼프가 대통령인 지금의 미국의 상황을 돌아보게 한다. 트럼프는 인종차별에 기반한 반이민 정책을 펼치고, 전 법무부 장관인 제프 세션스는 이민항소 위원회(BIA)가 인정한 엘살바도르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망명 신청을 뒤집었다. 그리고 이슬람 국가의 명예살인은 여전하다. 전세계 3분의 2의 여성들은 자기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고 있다.
패소한 주디는 아세파에게 자신은 그저 운 좋게 미국 땅에서 태어났다고 말한다. 돈을 못 벌어서 사무실에서 쫓겨날 처지가 되고, 선례가 없는 싸움을 하면서 주디는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랬다. 아세파가 어렸을 때 아세파의 어머니는 아세파에게 아주 높은 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상에 올라갈 방법은 있기 마련이라고 가르친다. (Even if a mountain is very high, it has a path to the top.)
영화를 보고나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하고싶은 일은 나의 행복과 성공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좋은 세상에 보탬이 되고 싶은 일이다. 언제나 내가 안온한 기득권임을 잊지 않고 감사해하며, 영혼이 다친 약자들을 위한 세상을 위해 열심히 살 것이다. 정말 추천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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