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영화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영화관에 자주 가지 못했다. 이런 힘든 시기에도 다들 보라고 추천해줬던, 그래서 꽤나 흥행하고 있는 영화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다. 일주일만에 관객수 54만을 넘었다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다.
재밌다. 재밌게 잘 볼 수 있는 한국영화 특유의 고리타분함을 2분의 1정도는 극복한 영화다. 그 극복하지 못한 고리타분함은 스토리때문이다. 스토리와 후반부의 장면들이 왠지 저건 명절에 티비로 봐야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또 보자고 하면 기꺼이 볼 수 있을 것 같은 재미가 있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벌써 ‘삼토반’이라고 줄여부르더라)은 1990년대를 배경으로 남성 중심의 사회 분위기 속 고졸 여성 직원들이 주인공이다. 고졸 여성 직원과 회사의 비리라는 큰 틀로 시나리오가 짜여있다. 구미의 페놀 유출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생수가 대중화 되었다고 한다.
사무실 안에서 담배를 피운다거나 여성 직원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커피 심부름을 하는 것이 ‘이게 90년대다!’라고 하는 것만 같아서 신기했다. 이 영화는 캐릭터가 다했다. 나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원래도 배우 고아성, 이봄, 박혜수를 다 좋아하는데 셋이 동시에 나오는 영화라서 종합 선물세트가 따로 없다. 요즘 레트로가 소소하게 유행하기도 해서 어리고 젊은 관객이 봐도 보는 즐거움도 클 것 같다. 정 많고 엉뚱하고 유쾌한 캐릭터들이 웃음을 준다. '무거우면서 가볍게'를 구현했다. 페놀 유출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이라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가 여주인공 셋의 캐릭터 덕분에 유쾌하고, 밝은 기분을 가지고 영화관을 나올 수 있는 게 좋았다.
나는 상담교사가 되고 나서 괴로움을 주는 영화보는 것이 힘들어졌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영화를 보면서까지 눈을 질끈 감거나 마음을 쥐여짜며 괴롭고 싶지 않았다. 일을 막 시작하고 나서는 영화가 풍경이 예쁘고 OST가 좋고 기분 좋아지면 최고의 영화다. 최고까지는 아니지만 좋았고 흥행했으면 하는 영화다. 2차도 가능한 영화!
극중의 주인공들처럼 나는 이 세상의 타이니 타이니한 존재임과 동시에 그레이트한 존재라는 걸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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