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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live/Good enough for me

엄마의 협박 덕분에::지정헌혈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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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헌혈은 특정한 환자에게 수혈할 목적으로 하는 헌혈이다. 전국 어디나 상관없이 아무 헌혈의 집에서 지정 수혈을 하면 지정된 사람에게 보내준다. 지정헌혈을 위해서는 병원이름, 전화번호, 환자 이름, 필요한 제제(혈소판 등)를 알아야 한다. 나머지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지정 헌혈한다고 하면 안내해주신다. 

 

4월 어느날 동기 선생님에게 A형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수술 중 악화되셨고 혈소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신 상황이었다. 나는 빈혈과 저혈압 때문에 대학생 이후로 헌혈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인해 헌혈하는 사람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수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날 혈액 은행에 혈소판이 한팩도 없어서 다급했다고 한다. 

 

아직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 중이라 조퇴하고 바로 헌혈의 집에 갔다. 모든 헌혈의 집에서 혈소판 헌혈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큰 헌혈의 집에 가야 한다. 그걸 몰라서 헛걸음을 하고 수혈이 늦어졌다. 필요한 제제를 헌혈할 수 있는 곳인지 미리 문의하고 가는 게 좋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퇴근하고 바로 고향집에 가려고 했는데 기차표를 취소했다. 헌혈을 하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혈소판 헌혈은 대략 한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피가 잘 안 나와서 좀 오래 걸렸다. 오후 다섯 시 반 정도에 헌혈을 마쳤고 다음날 아침 6시에 혈액이 병원에 도착했다고 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나는 나이에 비해 건강을 잘 챙긴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엄마 덕분이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자주 아팠던 나에게 온갖 협박을 했다. '제일 안 좋은 게'로 시작하는 협박이었다.

 

제일 안 좋은 게 탄산음료래. 제일 안 좋은 게 트랜스지방이래. 제일 안 좋은 게 설탕이래. 

 

그래서 그 협박을 듣고 자란 덕분에 지금까지 꽤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되었다. 헌혈을 하면서 내 피는 아마 깨끗할 테니 부디 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잊고 지내다가 그 선생님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어머니께서는 중환자실에서 나오시고 회복중이시라고 한다. 오늘 하루 종일 업무 때문에 명치가 답답할 정도였는데 반가운 연락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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