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연 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뿌리의 디저트에는 사연이 있다. 좋은 재료를 쓰려고 농부님께 직접 부탁드린다. 그 좋은 재료도 그냥 쓰지 않는다. 작은 흑임자를 세심하게 보면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돌이나 흙을 하나하나 다 손수 걸러내고, 불린 캐슈넛도 싱싱한 부분만 다 다듬어서 사용한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 음식을 먹을 때는 그 마음까지 함께 먹는 것 같다.
작년이었나. by선생님과 처음 갔었다. (음식을 대할 때 자주 과장하는 편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기절할 맛이었다. 그 이후로 내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를 파는 곳이 되었다. 제일 좋아하지만 자주 가지 못했다. 토요일에만 카페를 운영해서 갈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것도 이번 주(20년 6월 27일)가 마지막이다.
아쉬운 마음에 이주 연속으로 뿌리에 갔다. 저저번 주에는 친구 dg와 갔고, 저번주에는 나 혼자 갔다. 오후 한시쯤 도착했는데 파르페는 내가 마지막 오더였고 케이크도 초코 케이크만 겨우 남아있었다. 빠른 솔드아웃으로 카페는 일찍 마감을 했다. 그 덕분에 뿌리의 주인인 윤서선생님과 대웅선생님 부부와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저녁 7시가 다되도록 이야기를 나눴는데 즐거워서 그 시간까지 한 끼도 안 먹었는데 배고프지 않았다. 요즘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낀 하루였다. 너무 감사하다.
뿌리는 이제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토요일 카페 영업을 하지 않는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유예시키지 않고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7년 동안의 정성과 수고로움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게 대화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카페를 잃는 건 슬프지만 선생님 부부의 안녕과 평온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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