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원래 커피를 좋아했는데 체질이 바뀐 건지 카페인 부작용이 생겼다. 그 이후로 디카페인 차를 많이 찾아 마셨다. 차회를 갈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가다가 드디어 처음으로 뿌리 차회에 다녀왔다. 좋아하는 공간에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생각에 일요일을 많이 기다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복숭아로 만든 셔벗은 설탕을 넣지 않아도 너무나 맛있었다. 먹으면 얼굴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한입을 먹을 때마다 분명 내 입으로 들어가는 거지만 없어지는 게 아까웠다. 유기농 설탕으로 만든 복숭아 백차 코디얼도 맛있었다. 코디얼(cordial)은 시럽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셨다. 행복한 복숭아🍑
다회에서 마셨던 차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던 용정차. 찾아보니 역시 우롱차 종류였다. 용정차는 우전 중에도 고급차라고 한다. 향에서 달콤함이 느껴졌다. 향을 자꾸만 맡게 되는 차였다. 언제쯤 대만에 다시 갈 수 있을까. 나중에 대만에 다시 갈 수 있다면 버블티 말고 차를 많이 마셔야겠다. 단수이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그 노을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뿌리 선생님의 샐러드 드레싱은 너무너무 맛있다. 맛이 강하지 않고 은은한데 맛들이 오밀조밀 들어있다. 요리수업을 들었을 때 드레싱을 만드는 것도 복잡하지만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그래서 그런 맛이 나는구나 싶었다. 지금은 귀찮아서 배운 드레싱을 따로 만들어먹지 않고 발사믹 식초를 후루룩 뿌려서 먹지만 시간 여유가 나면 나도 열심히 드레싱을 복습해봐야겠다.
토마토 절임을 만드는데 사용한 매실청은 미세먼지가 없었던 9년 전에 만들어둔 귀한 것이었다. 가지장아찌는 찻잎 절임 밑에 있었는데 나는 그릇인 줄 알고 가지장아찌는 어디에 있는 거냐고 물어봤다.
군고구마 맛이 났던 금준미는 비 오는 날씨와 잘 어울렸다. 선생님은 비 오는 날에 차맛이 달라진다고 하셨다. 신기하다. 비 오는 날 집에서 캔들을 켜 두고 차를 마시면서 빗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날이 올 때 이날 들었던 비 오는 날의 차맛 이야기가 떠오를 것 같다.
대웅선생님이 정성으로 만든 블루베리 현미케익과 후숙한 황매실로 만든 콩포트. 사실 이거 먹으려고 다회 간 거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아끼고 아껴서 아주 조금씩 먹었다. 베이킹하는 것에 지쳐서 휴식기를 갖고 계신 대웅선생님이 어서 기운을 차리셔서 베이킹이 너무 하고 싶어 지셨으면 좋겠다.
80년 후반의 이 보이차는 오래된 노차(老茶)라 카페인이 별로 없다고 한다. 보이차 특유의 향이 느껴졌다. 보이차를 좋아하긴 하지만 사실 이 보이차는 내 취향은 아니었다. 그래도 귀한차이고 카페인이 별로 없다는 말을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마셨다.
다회에 참여했던 분들과 담소를 나누면서 운동도 추천받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부슬부슬 떨어지는 빗소리와 함께 했던 차회. 7월에 모인 차회라서 <매실의 맛>이라는 주제가 있었다. 차를 마시는 행위가 천천히 이루어지다 보니 가끔 명상이나 요가할 때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마실 차를 준비하고 마시는 행위들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진다. 요즘은 뜸하지만 원래 아침에 일어나서 명상과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차를 마셨다. 아침에 마시는 차는 유독 따뜻한 차가 내 몸속을 청소해주는 기분이 든다.
몸도 마음도 잘 닦고 청소를 해줘야 한다. 다회에서 얻어온 평온의 에너지를 월요일에 출근해서 다 써버렸다. 마음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다. 오늘은 조금 좌절스러운 날이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들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감정들이 있다. 대신 아파줄 수 없는 고통들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니 무력감이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아주 슬프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그 괴로움을 떼어다가 잘 녹여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잘 들어주는 것, 그리고 내 사랑을 주는 것뿐이다. 네루다의 시처럼 내 사랑이 너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을 인정하자. 아니면 또 내가 무너질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별하는 눈을 키워서 나를 잘 보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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