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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ove/Yoga

불타는 아쉬탕가::수련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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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금요일이다. 금요일은 행복이지만 오늘은 그냥 그랬다. 3월 내내 바빠서 균형을 잡기 위해 쉴 때도 ‘열심히’ 쉬었다. 쉴 때는 그냥 쉬어야 하는데 최선을 다해서 쉬었다. 열심히 쉰 보람이 있는지 요즘 주변에 “나 진화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3월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주는 나에게 (좀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내 인생에서) 아주 의미있는 일주일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3일 단식을 해봤다. 단식을 하는 와중에 하루 빼고 매일 야근을 할 만큼 아주 바빴다. 밥은 먹고 일하냐는 동료선생님의 물음에 ‘어차피 밥먹을 시간이 없는데 단식하길 잘했다’며 웃었다. 일도 바쁜데 단식을 하면서 그 과정 속에서 힘든만큼 값진 배움이 있었다.

단식을 했다고 해서 소극적으로 3일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늦게까지 야근한 날을 제외하고 매일 요가 수련을 했다. 단식 2일차인 화요일에는 130분 아쉬탕가 수련을 하면서 기절할 것처럼 어지러워서 도중에 포기할까 생각했다. 5년동안 요가를 하면서 한번도 도중에 수련실을 나와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싯팅포즈는 좀 설렁설렁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마지막으로 사바아사나를 할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수련하길 너무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다독여서 내가 나를 위로해주는 이 자급자족 시스템이 귀여웠다.

회사일은 금요일이 제일 바빴고 잘 기능하지만 피곤한 날을 보냈다. 오늘만큼은 절대 야근하지 않으리 다짐했지만, 퇴근 40분 전에 시작한 회의는 30분 동안 진행되었고 회의의 마무리는 주말 전에 최대한의 조치를 하자는 것이었다. (대충 나 오늘 야근해야 한다는 소리) 그렇게 야근을 하다가 저녁먹는 것을 포기하고 정신력을 모아서 대충 마무리하고 요가수련에 헐러벌떡 갔다. 뛰어갔지만 늦어서 이미 수리아 나마스카라 앞부분이 지나가있었다. 오늘의 내 건강은 몸 전체가 피곤한데 체력은 좋은 상태였다. 아무 감정 없이 수련실에 들어간 그 순간부터 아사나와 호흡을 이어갔다. 선생님이 핸즈온을 많이 해주셨는데 해주실 때마다 내 몸이 더 편안해지는 걸 느껴서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면 또 안 해주시나 기대가 되기도 했다. ㅋㅋㅋ 생각해보니 아힘사에서 수련할 때 핸즈온을 받으면 괜히 긴장하게 된다. 실제로 그러지도 않는데 평가받는 기분이다. 아마 처음이라 낯설고 덜 편해서 그런거라고 믿고 싶다. 왼쪽 골반의 통증이 오늘 유독 심했다. 왼쪽은 어쩐지 발가락까지 다 힘이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아침마다 오른쪽으로 치우친 채 잠든 나를 발견하고, 6년 전에는 필라테스 하다가 왼 엉덩이 근육에 염증이 생겼었다. 그러다가 ‘난 얼굴도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나은데’라는 생각까지 이어졌다. 왼손잡이라서 왼쪽과 참 많은 사연이 있구나 싶었다. 나의 왼쪽이 덜 기능한다고 해서 미워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왼손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에 밥 굶지 않고 사는거니까 나의 소중한 좌측을 더 많이 사랑해줘야 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생각은 그만하고 요가에 집중하고 싶은데 차투랑가를 할 때 왼 손목이 찌릿하고 아팠다. 끝나지 않는 좌측 앓이 ㅋㅋㅋ 확실히 아쉬탕가를 하고나면 어떤 부위에 은은한 통증이 남는다. 앞으로 아힘사 수련을 하면서 정렬을 잘 맞추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요가를 하고 싶다.

무슨 아쉬탕가 수련하는데 이렇게 생각이 많을까 싶었다. 요즘 명상하면서도 생각이 홍수처럼 떠오른다. 이번주의 내 내면아이는 참 수다스럽다. 상담에서 초기 3회기 정도까지 호응할 틈도 안 주고 홍수처럼 이야기를 쏟아내는 내담자를 자주 만난다. 그런 내담자가 오면 몇 회기 정도는 충분히 들어주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나도 이번주의 수다쟁이인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머릿속 딴 세상에 머물어서 오늘 아사나 실수가 많았다. 충분히(?) 딴 생각을 하고나서 (아마 싯팅포즈를 할 때즈음) 이제부터 내 마음을 이 요가매트 위에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바로 의식이 호흡으로 돌아왔다. 제일 중요한건 호흡이다. 내가 요가를 하고 제일 좋았던 첫번째가 호흡이 길어지고 편안해진 것이다. 그렇게 호흡을 따라가다보니 어느새 살람바 사르방가사나(어깨서기 자세)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또 내 잘못된 정렬에 대해 생각하면서 그 동안 이 아사나에서 선생님들께 받았던 핸즈온들을 떠올려봤다. 그 때 지해선생님이 내 옆으로 와서 어깨서기 자세가 너무 좋다고 앞으로 이렇게 계속 하라고 하셨다. 최근에 요가하면서 어디가 틀어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무척 놀라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기분이 좋다가도 잘 되던 동작도 컨디션에 따라 이상해지기도 하니까 너무 아사나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겠다.

지금은 가만히 있어도 왼쪽 엉덩이 근육과 골반에 통증이 있다. 별거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일 지도자 과정 테스트도 무사히 잘 소화해냈으면 좋겠다. 정말 나를 불태웠던 오늘의 아쉬탕가와 너무 오랜만에 써서 아무말 대잔치인 구구절절 뒤죽박죽 수련 일기 끗

옴 샨티샨티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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