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 자정 전에 단톡방에 일지 올리기*
총 명상 시간: 105분(일부러 )
2021년 3월 14일
오후 11시 28분 ~ 11시 44분 (16분)
일지: 오늘 오전에 싱잉볼 명상 지도자 수업을 들었다. 하루 종일 명상을 해서 그냥 그걸로 퉁치면 안 되나 고민했는데 그냥 타이머도 가이드도 없이 시간만 측정하고 무작정 명상을 해봤다. 이렇게 쌩(?)으로 명상을 한건 아주 오랜만이다. 근데 의외로 몰입이 잘 됐다. 호흡을 바라보고 어떤 빛이 나를 비추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전에 열심히 싱잉볼로 마음을 닦아서 일까 싶었다. 기분 좋은 미소가 나왔다. 근거없이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고 잘 될 것 같았다. 중간에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 생각을 의식하지도 않고 그냥 바라보긴 했는데 바라보는 줄도 모르고 지나간 것 같다. 더 할 수 있었는데 단식 중이라 잠자리가 늦어지면 배고파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갑자기 올라와서 눈을 떴다. 16분이 지나있었다. 10분도 못할 줄 알았는데 그래도 몇 년간 꾸준히 명상을 해왔어서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일지도 적어야 하고, 총 명상 시간도 기록하게 되어 감사하다. 이 과정에서 내가 배우게 될 것들이 무엇일지 기대된다.
2021년 3월 15일
오후 5시 30분 ~ 5시 45분 (15분)
일지: 단식 28시간 째. 야근을 하는데 저녁밥 먹을 시간을 아끼게 되어 회사에서 15분 타이머를 맞춰서 명상을 했다. 마침내 야근 메이트 같은 부서 선생님이 바깥으로 식사를 하러 가셨다. 요가 매트를 깔고 좌선을 할까 고민했는데 바닥이 지저분해서 의자에 다리를 접고 좌선을 했다. 눈을 감자 뻐근한 어깨의 감각이 느껴졌다. 오늘 하루종일 여기에 힘을 주고 있었다. 명치의 바른 위치는 어디일까. 내 명상의 반 이상을 명치가 방해하는 기분이다. 아사나를 할 때도 명치에 대한 핸즈온을 많이 받는 편이다. 확실히 명치의 위치 때문에 숨 쉬는 것이 어렵다. 명치에 마음이 머물다보니 미간에 인상을 쓰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인상을 펴봤다. 웃음이 났다. 다리는 약간 저리고, 의자 등받이가 팔꿈치에 닿아있었다. 눈을 감고 조용한 회사에서 명상을 하니까 ‘내가 어디에 있든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열하게 일하고 힘들었던 이 공간에 명상을 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분출해버려야지. 이 공간에 좋은 기운을 가득 넣어서 여기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만났던 내담자들, 어제 만나고 연락했던 사람들을 한 명씩 떠올리면서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명상하기 직전에 배가 좀 고팠는데 눈을 감으니 그 배고픔이 사라졌다. 나는 ‘배’가 아닌 무언가를 고파했던 것 같다. 단식과 명상을 통해 그 무언가를 발견하고 싶다.
2021년 3월 16일
오전 6시 2분 ~ 6시 17분 (15분)
일지: 명상을 숙제로 해보는 건 난생 처음이라 이것저것 해봐야지 싶어서 이번에는 15분 타이머를 맞춰두고 명상을 했다. 타이머 없이도 15분은 했으니까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이쯤되면 울려야 할 타이머가 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결국 의아함을 참지 못하고 눈을 세번정도 떴다. 시간은 13분, 14분 정도였다.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됐는데 웃겼다. 명상을 한지 2년 정도 되었더니 명상이 아주 약간 체화가 되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하지는 않았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 명상 일기도 쓰게 되어 좋다고 명상하면서 생각했다. 더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나 깨달음이 떠오르면 ‘앗 이거 명상 일기에 적어야지’라고 생각을 더 해버린다. 그렇게 생각 속에 머물며 호흡을 잊다가 타이머가 울려서 화들짝 놀랐다. 좀 더 길게 맞춰둘걸 그랬다. 오늘 명상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2021년 3월 17일
오전 6시 5분 ~ 6시 22분 (17분)
일지: 아침 요가수련을 가기 전에 명상을 하려고 했는데 단식 3일차에 빈속에 보이차를 마시고 카페인때문에 잠을 잘 못자서 수련을 포기하고 여유있게 명상을 했다. 이유없이 웃음이 났다. 오늘 드디어 단식 3일을 끝내고 보식하는 날이라 그런 것 같다. 공복 상태에서 명상을 하면 더 잘 몰입되는 것 같다. 단식에 명상이 도움이 된다던데 명상과 단식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 단식 덕분에 명상이 잘 되고 명상 덕분에 단식에 성공할 수 있었다. 내 위의 감각이 느껴졌다. 지치고 쪼그라들었지만 회복을 위한 과정이라는 느낌이었다. 그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내 불안과 걱정을 소화시켰던 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매 끼니를 거를까 전전긍긍하며 살아온 날들이 안쓰러웠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정신이 맑아진다. 단식에서 느낀 여러가지를 명상을 핑계삼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2021년 3월 18일
오전 5시 27분 ~ 5시 46분 (19분)
일지: 온갖 생각이 많이 났다. 그런데 바로 명상 일지를 쓰지 않고 저녁에 쓰려다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일지는 명상 후 바로바로 써야겠다. 긴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개학 전날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다. 아 오늘은 명상을 하면서 자꾸 어제의 명상과 비교를 했다. 어제는 잘 됐고 기분도 너무 좋았는데 오늘은 왜그러지 싶어서 약간 속상했다. 또 습관처럼 좋고 나쁨을 구분짓고 있었다. 나를 불핼하게 할지 행복하게 할지 결정하는 건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난 오늘 행복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하고 야근하느라 내가 좋아하는 빈야사 플로우 수련을 못가서 슬펐다가 집에 온 택배를 보고 다시 행복한 나를 발견하고 ‘행복하기 참 쉽다’를 오늘밤의 만트라로 정했다.
2021년 3월 19일
오전 5시 39분 ~ 6시 2분 (23분)
일지: 호흡이 불편했다. 여전히 내 의식은 명치에 집중되었다. 그런 상태가 잘못됐다거나 고쳐야한다거나 하지 않은 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 명상이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것 같다. 그렇게 나를 수용하자마자 오늘 할 일, 집안일, 회사 일, 주말 약속까지 온갖 생각이 났다. 그리고 바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미간에 있는 힘을 풀면서 미소를 지었다. 진짜 생각이 많은 내가 세삼 놀랍고 그런 '생각이 많다는 것'을 판단하지 않고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내가 생소하기도 했다. '생각이 많다'는 생각은 저번 수업시간에 기울어진 내 왼쪽 어깨를 보며 생각이 많아서 위가 안 좋을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으로 이동했다. 며칠동안 집착했던 명치를 내버려뒀더니 허리는 아팠지만 숨은 잘 쉬어졌다. 첫 술부터 배부르려던 내 욕심이 보였다. 명치를 잘 닫아 놓고도 숨을 잘 쉬게 되는 날은 언젠가 올거니까 오늘의 감각은 그대로 느껴보기로 했다. 다리가 저려서 몇번 심호흡을 하고 눈을 떴다. 20분이 넘었다. 눈을 뜨니 다리저린 감각이 선명해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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