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던 사랑::아네모네 꽃말

아네모네는 햇빛을 아주 좋아한다.
그늘에 오래 놔두면 꽃잎 색이 바래져 버린다.
이른 아침부터 빛이 많이 들어오는 우리집이라 다행이다. 그리고 물도 아주 좋아한다.
아침에 화병에 가득 담아도 금방 바닥을 보인다.

아네모네의 이름은 바람을 뜻하는 그리스어 Anemos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신화에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한 아도니스가 죽을 때 흘린 피에서 탄생한 꽃이 아네모네라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다 슬프다.

아네모네는 바람이 부는 4-5월에 잠시 펴서 바람이 불면 지는 특징이 있어
다른말로 '바람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나는 제철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라 꽃도 제철인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원래는 겨울마리아를 사려고 했다.
근데 갑자기 눈에 들어온 아네모네를 보고 홀린듯이 사버렸다.
근데 아네모네 딸기처럼 인공적으로 제철이 겨울이 된 것 같다.


아네모네는 꽃말이 가장 많은 꽃이라고 한다. (꽃말 여러개인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꽃말 대부분이 슬픈 사연이나 이별 후에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이 담겨 있다.

아네모네 꽃말은
배신, 속절없는 사랑, 기대, 기다림, 사랑의 괴로움, 허무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사랑의 쓴맛,
제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어요, 비록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등등 많다.

보라색 아네모네 : 당신을 믿으며 기다립니다

아네모네는 색깔별로 다양한 꽃말이 있는데 화이트 아네모네의 꽃말은 '희망과 기대'이다.
보라색 아네모네는 '당신을 믿으며 기다립니다' 이며
붉은색 아네모네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다.

피기 전 아네모네

아직 피지 않는 것을 사서 꽃이 피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다.
아네모네가 피기 전까지 그 꽃망울이 필거라 믿으며 기다린 과정들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여행도 목적지가 아니라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우리의 여정이 가능한 한 긴 여행이 되기를.
그 여정에서 더 많은 모험과 시련과 근사한 일들을 겪게 되기를.

난 사람도 한번 망가져본 사람이 좋다. 관계도 갈등으로 굴곡진 관계가 더 좋다.
운동도 힘든 운동이 좋다.
그 아픔이 있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아네보네는 슬픈 꽃말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여느 꽃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