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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see/Diary

건강이 최고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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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답지 않게 계획도 없고 중심도 없이 산 것 같다. 연말부터 오랫동안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내 생활에 균형에 금이 가긴 했다. 일찍 일어나고 명상과 요가를 하는 일상이 없으면 꼭 나중에 티가 난다. 그 티가 최근에 팍팍 났던 것 같다. 신기하게 방학과 동시에 월경이 시작됐다. (여름방학 때도 그랬다) 주로 맘이 편하면 시작하긴 하는데 참 정직한 몸이다. 예정일보다 빠른 생리로 생리통을 앓았다. 몸살도 함께 온건지 미열도 나고 입맛도 없어서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다음날도 이러면 선별진료소를 가야한다는 생각만 반복했다. 약을 또 먹어야해서 죽을 끓였다. 진짜 먹기 싫었는데 꾸역꾸역 먹으면서 반찬은 거의 다 남겼다. 먹고나니 속이 더 안 좋았다. 통화중이었는데 엄마와 오빠에게 전화가 왔다. 엇그제 엄마아빠의 결혼기념일이었는데 내가 깜빡하고 말았다. 엄마와 아빠가 결혼하려했던 당시에 할머니는 무당의 말을 듣고 결혼식을 2년 뒤에 하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동거부터 시작한 부부가 아들을 낳고 그 다음에 공식적인 결혼식을 올린 뒤 내가 태어났다. 결혼식이 없었던 두 부부는 어떤 마음으로 2년간의 결혼생활을 한건지 그 마음이 궁금했다. 결혼식없이 서로의 신의를 지키겠다는 확신만으로 가정을 꾸려온 걸까? 오빠의 나이만큼 그리고 함께 해온 굴곡만큼 견고한 그들의 관계가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결혼기념일 +10달 +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는 기간 대충 2일 = 내 생일이다. 그래서 나를 허니문 베이비라고 부른다. 근데 그 결혼기념일을 깜빡한 것이다. 오빠는 나를 테스트하려고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역시 잊어버리고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엄마는 예상외로 서운해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가 그나마(?) 다정하게 챙겨준 일들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즐겁게 통화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금방 잠에 들어버렸다. 하지만 금방 깬 뒤 미열도 다시 나고 얼마 먹지도 않은 죽을 토해내고 싶었다. 식은땀이 나서 무서웠다. 응급실에 가야하나. 나를 받아줄까. 누구라도 옆에 있어줬으면 덜 무서울 것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면 어떡해.. 아파서 잠이 다시 들지도 않았다. 그렇게 대충 두시간이 지나고 오빠한테 전화를 했다. 오빠는 지금 응급실에 가봤자 대기만 해야하고 좀 참아보고 물도 마시지 말고 토하고 싶으면 토하라고 했다. 아침에 선별진료소를 간 다음에 내과를 가보라고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오빠한테 들으니 뭔가 맘이 편해졌다. 알겠다고 고맙다고 전화를 끊고 신물이 올라와서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그렇게 끙끙 앓면서 밤을 세웠다. 걱정이 된건지 오빠는 다시 전화를 해서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다시 끊었다. 몇년 전 아팠을 때 아픈 걸 가족들에게 공유했었다. 그때는 누구든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때 가족들이 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아파하는 걸 지켜보니 이후에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 가슴 먹먹해하는 가족들의 눈이 맴돌아서다. 근데 코로나때문에 무서워서 참지 못하고 오빠에게 전화를 했고, 다행히 오빠는 엄마아빠한테 말하지 않을 것 같다. 땀에 이불이 다 젖었다. 새벽 추운 공기에 땀이 식으면서 살짝 추워졌고 겨우 욕실로 기어가서 샤워를 하면서 이불을 세탁기에 돌렸다. 물도 한모금조차 마시지 않으니까 속은 편안해졌다. 근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토할 것 같아서 최대한 침대에서 책을 읽으려고 했다. 오후가 되자 열도 내리고 속도 괜찮아졌다. 하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가 오후에 생강차 한잔을 마셨다.

인생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내가 확신이 있는지, 준비가 되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들이닥친다는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 것도 먹지 않기만 하면 아무 증상도 없었고, 그렇게 집안을 살피면서 물건 정리를 했다. 공간을 차지하는 나무 선반과 접이식 테이블을 당근마켓에 무료나눔 하겠다고 올렸다. 올린지 10초만에 여러명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올린지 30분도 안되어서 다 가져갔다. 어떤 분은 초코우유를 주면서 이거라도 받아달라고 했다. 귀여웠다. 나는 그분의 어깨를 토닥이며 사실 우유를 못마셔서 마음만이라도 감사하다고 대신 드셔달라고 했다. 내가 사용하지 않고 공간만 차지하는 물건들이 새 주인을 만나는 이 광경이 내게 즐거움을 줬다. 여전히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뭐 일부러 단식도 하는데 뭐 어떠냐 싶었다. 그래도 차리면 또 먹지 않을까해서 마트에 밥도둑 반찬이라는 곰피를 사러 갔다. 곰피는 없었다. ㅠㅠ 역시 있을 때 사야한다. 대신 물미역을 사서 미역국을 간도 안보고 끓였다. 분명 저녁이라도 먹으러고 끓였는데 먹고싶지 않아서 뚜껑을 덮어 두었다. 친구에게 몸이 아픈건지 마음이 아픈건지 구분이 안된다고 투덜댔다. 지나간 시간의 상처는 내 탓이 아니었더라도, 앞으로 만들어갈 시간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이 말을 되뇌었다. 괜히 몸을 아프게 한 최근을 후회로만 남기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에게 다가온 모든 순간에 감사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하고, 인연이 아닌 일에 대해서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후회하지 않고 잘 기억해야겠다. 건강이 최고다. 건강을 잘 챙기자. 방심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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