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에 면접을 하러 갔다. 공립학교의 상담교사로서 업무 협조 요청을 받은 것이다. 작년에도 같은 요청을 받아 면접에 참여했었다. 당시에 합격하신 선생님이 그만두신건지 그 학교가 올해 다시 채용을 했다. 일년만에 특정 장소를 다시 가니 생각들이 이어졌다. 일년 전 이날도 발도 시리고 참 추웠지. 그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데.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기도 했다. 내 머릿속은 생각들로 가득찼다.
순식간에 도착해서 출입자 명부에 이름을 적었다. 내 이름 옆에 체온 36.3도도 적었다. 행정실로 가면 된다고 해서 곧장 행정실에 갔다. 면접을 보러 온 후보(?) 선생님들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내 또래거나 나보다 나이가 많아보였다. 행정실 직원들이 나도 옆에 가서 앉으라고 했다. “저는 면접하러 왔는데요..”라고 했더니, “네, 그러니까 여기 앉으세요.”라고 하셨고, 다른 학교 상담교사인데 면접 심사를 하러 왔다고 하니 황급히 나를 데리고 면접 장소로 안내해주셨다. 그리고 교장실에 가서 교장선생님과 오랜만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첫 안부는 서로의 학교에 확진자가 있는지 여부였다. 다행스럽게도 둘 학교 모두 확진자는 없었다. 지금 교장선생님은 작년에는 교감선생님이었는데 여전하시고 인자한 분 같았다. 면접관들이 다 모여 평가 기준에 대해 논의 했다. 가장 첫째는 아이들을 사랑하는지, 그다음에 상담교사로서의 전문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사들하도고 관리자들과도 원활한 관계유지가 되는 분인지를 집중적으로 보기로 했다. 나는 이 평가기준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이 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을 정도였다. 사립학교에 대한 흉흉한 소문과 편견이 조금 사라졌다.
면접에 참여하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긴장해서 말을 좀 어눌하게 하는 것은 전혀 감점 요소가 아니었다. 한사람당 몇십분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선생님이 정말로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진실된 분인지,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게 신기했다. 우리가 평가할 때 선입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평가가 다 끝나고 후보 선생님들의 나이와 학력, 경력 등을 보게 되었다. 다들 나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풍부한 분들이었다. 알고 면접을 했다면 내가 과연 평가할 자격이 있나 의구심이 들었을텐데 미리 보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드린 선생님에게서 조차 배울 점이 많았다. 어떤 선생님은 상담교사 업무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예산 확보)과 미시적인 계획력(타 학교 상담교사간 동료장학 계획)도 갖고 계셨다. 또 어떤 선생님은 공부를 즐거워하고 학구적이셨으며, 아이들의 장점을 찾아 돌려주는 능력이 탁월한 분도 있었고, 여러장의 멋들어진 계획서를 작성해온 선생님도 있었다. 그 배울점들을 나에게 적용시켜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덕분에 짧고 굵었던 나의 무기력함이 또 나를 떠날 준비를 했다.
잘가고 당분간 저 멀리 나 대신 긴 여행 좀 다녀 오렴. ㅎ 난 또 나답게 부지런하게 하고싶은 것들을 하면서 지낼게. 너가 빨리 오지 못하도록 너의 존재를 잊지 않고 발란스를 잘 조절해볼게. 귀여운 나의 무기력 . 언젠가 또 만나자. 이번 무기력에게 주고픈 나의 점수는 B다. A를 주려고 했는데 2주동안 집에서 요가를 딱 한번밖에 안했더니 생긴 귀여운 똥배를 보고 감점시켰다. ㅋㅋ 오늘 저녁에 아쉬탕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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