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부암동에 있는 서울미술관에 다녀왔다. 나는 서촌, 부암동을 너무 좋아한다. 올해 제일 사랑하는 동네이자 언젠가 살고싶은 동네다. 좋아하지만 바빠서 너무 오랜만에 갔다.
미술관 표를 구매하면 11월 한달 간 입장이 가능하다. 진짜 또 가고싶다.
본관은 10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고 석파정과 신관은 11시부터 5시까지 갈 수 있다.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았던 전시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모여있다. 그리고 작품마다 위로가 담겨있다. 날것의 위로가 아닌 적당히 세련된 위로라 거부감 없이 잘 와닿았다. 좋아하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감상했다.
실을 엮어서 그림자가 뒤에 드리워지게 한 작품이다. 제일 인상깊은 작가였다. 작품설명에 작가가 병원에서 아픈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나랑 친구는 작품에 위로가 가득담겨있다고 얘기하면서 병원들이 이 작품들을 사다가 병원에 걸어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일 마음에 든 작품이다.
저 팔들이 나를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도 저 팔이 되고 싶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 모여서 아름다움을 만들고 위로와 연결감을 준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생각하면서 그렸다. 그리고 아름다운 석파정의 낙엽도 넣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너와 나도, 자연과 나도 다 연결되어있다. 그 연결감이 느껴질 때면 자동으로 행복하다. 그래서 나도 너도 자연도 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개성의 작품이 아름답게 배치되어있다. dg랑 같이 전시를 봐서인지 구도나 캠퍼스 옆면같은 것을 자꾸만 보게 되었다. 뭐라도 아는 것 마냥 이리저리 분석하는 듯이 봤다.
영상 작품도 많았다.
나는 평소에 작은 강아지를 보면서 저 강아지들은 이렇게 큰 인간들이 길에서 지나칠 때 무섭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라면 나보다 큰 동물이 쿵쿵거리며 걸어가면 혹시 밟힐까봐 늘 조심스러울 것 같은데 꼬리를 팔랑이며 마냥 행복해보이는 게 신기했다. 이 작품의 작가는 강아지를 엄청 크게 그리고 마치 강아지가 사람을 지켜주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리적인 크기를 시각화한 것이지만 마음의 크기로는 이미 강아지가 우리 보다 크고 우리를 지켜주는 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쿨하게 넘어가주고, 인간을 다른 어떤 존재보다 좋아해주며, 마냥 긍정적이고 행복을 즐길줄 아는 강아지들이니까.
독특한 캠퍼스의 작품이었다. 독립적인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가 나에게 잘 전달된건지 소소하고 다정한 일상의 모습을 한 작품들에 공감이 되었다.
색년필과 수채화로 그렸다. 사람을 너무 크게 그려서 다리를 요가 동작처럼 접어서 그려야 했다. 내일 새벽수영 가야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30바퀴...를 언제 다 돌지 싶다. 그 30바퀴를 돌고 출근해서 쌓일대로 쌓인 업무들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도 수영장도 좋고 수영도 좋다. 물 속에서 첨벙이는 순간이 좋다.
버스에서 바라본 고층 빌딩 유리를 보는 듯한 작품이었다. 전시 초반에 있던 작품인데 마음에 들어서 오랫동안 머물렀다. 작품과 작품 설명에 대한 사진을 여러장 찍었는데 핸드폰에 문제가 생겨서 저장이 안됐다. 좀 아쉬워하고 마는 나를 보고 yj언니가 왜 속상해하지 않느냐고 했다. 나는 이런 적이 많아서 이제 속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없으면 없는대로 받아들일 때 나는 충분히 존재하고 행복하다. 사진보다 그 순간 작품을 보며 행복했던 내가 더 소중하다. 그리고 나를 정성스럽게 찍어준 dg의 사진이 있으니 그걸로도 충분하다. 내가 좋아하는 내 친구 dg를 오랜만에 만나 너무 좋았다. 다들 늦어서 전시 내내 dg와 함께 있었는데 미학분야에서 일하는 dg덕분에 캠퍼스 크기라던지 재료같은 전문적인 것들을 알게 되었다. dg는 서울미술관이 친절하다고 했다.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알려주는 전시라고 했다.
메인 전시는 1층이고, 2층에서 나중에 할 맛보기 전시를 보여주고 3층으로 올라가면 석파정으로 갈 수 있다. 석파정에 가려고 나가면 또 다른 전시관이 있는데 그곳에서 이중섭 특별전을 전시 중이다. 이중섭의 황소 그림 한점 이외에 나머지는 모작이나 프린팅 작품이다.
석파정은 너무 아름답다. 흠뻑 가을로 물이 든 석파정은 걷기에 너무나 좋았다. 별로 춥지도 않고 비도 별로 안와서 여전히 풍성하게 매달려있는 낙엽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미쳤다"와 "너무 예뻐"를 번갈아가며 말했다.
11월 안에 다시 올 수 있을까? 오늘 다녀왔는데 벌써 그립다.
오랜만에 그림이라 신이나서 많이 그렸다. 수채화와 색연필을 주로 사용했다. 예전엔 실수할까봐 시작이 참 어려웠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는다. dg가 문래에 미술수업이 많으니 알아보라고 이야기해줬다. 신난다. 하고싶은 게 너무 많다.
클럽 에스프레소 커피 미쳤다. 커피도 맛있고 햇살도 좋고 함께하는 사람들도 좋았다. 거기다가 내가 좋아하는 그림까지 그렸다.
dg가 본인의 출판사에서 출판을 앞둔(아직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은!) 책을 선물해줬다. 책 디자인이 dg다웠다.
dg에게 한마디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예술같은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큰 글씨는 잘 못쓴다고 부끄러워했던 dg에게 뭐 어떠냐고 말하고 봤더니 진짜 못썼다. 귀여운 학생 글씨같다. 예술같이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하며 사는 삶은 이미 예술이다. 앞으로 더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들어가려고 한다.
얼마전에 소영선생님 수업에서 연습했던 브리시치카아사나를 제일 먼저 그렸다. 내가 운동일기를 쓸 때 동작들을 글로 묘사하는데 그림을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더 부지런해야겠다. 그림까지 그려넣으려면 ㅋㅋ
아름다운 석파정에서 본 낙엽을 마지막으로 그렸다. 아름다운 낙엽처럼 나도 아름답게 죽어가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jy이와 이야기를 했다. jy이도 죽음에 대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하고싶은 걸 한다고 했다. 곧 jy의 앨범이 나온다고 한다. 빨리 들어보고싶다.
오랜만에 이틀연속 전시를 봤다. 너무 좋았던 전시라 또 가고싶기도 하고 여기저기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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