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제목 : 수화시학 樹話時學
- 전시기간 : 2020년 06월 06일 - 2020년 10월 11일
- 전시장소 : 환기미술관 본관 1F - 3F
- 전시작품 : 김환기 시와 드로잉, 과슈, 유화 작품 200여 점
- 관람시간 : 10AM-6PM
- 개관일 : 화 - 일요일 (정기휴관 : 월, 설·추석 연휴)
- http://whankimuseum.org
가는 길이 참 좋았다.
파스텔을 오랜만에 써봤다. 손으로 번지는 색들이 아름다웠다. 다양한 재료들을 경험해보고 싶다.
작품을 다 보고나면 그 느낌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게 너무 좋다. 영화나 전시를 볼 때 함께 간 누군가와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참 소중하다. 같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정말 좋은 표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시선과 기억도 공유할 수 있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공감과 위로가 되기도 한다.
김환기의 작품에는 내가 좋아하는 색이 많이 담겨있다. 그 기억을 더듬으며 색을 골랐다.
내 드로잉 주제에 대한 고민을 hs선생님께 이야기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내가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자연도 좋아하고 동물도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색을 보는 것이 즐겁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려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래서 사람의 윤곽을 그리고난 뒤 그 사람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색을 그 안에 입히는 것들을 그려보기로 했다.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전시관 벽에 쓰인 시詩덕분이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저녁에>, 김광섭
김환기의 작품은 수많은 점으로 가득 차있다. 그 점안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전시관 벽에 내 궁금함에 대한 친절한 대답이 있었다.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가는 점點. "
내가 베이징에 있을 때, 한국을 생각하며 지냈던 날들이 떠올랐다. 정말 그리웠고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작품의 점들을 볼 때 마음이 조금 아렸다. 점 하나에 마음 하나씩 박혀있는 것 같아.
김환기의 짝꿍이었던 김향만 씨가 김환기는 편지를 참 잘 쓴다고 했다. 김환기의 글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다감한 글이며, 때로는 지나치게 정이 넘쳐흐른다고 한다. 그러는 동안에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던 두 사람은 편지로서 가까워졌다.
마지막 전시관에는 김환기의 편지 몇 장이 있다. 사랑이 담긴 편지. 내가 받았던, 그리고 그 날 전부 돌려줬던 그 편지들이 생각났다. 아, 맞다. 나는 편지 써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잊고 있었다. 습관처럼 엽서를 또 샀다.
김환기는 편지에 '뽀뽀 셋'이라고 적었다. 그 앞부분은 아내와 자식들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다. 나도 오늘 엄마 아빠랑 통화할 때 뽀뽀 셋을 외쳐보고 반응을 봐야지 생각했다.
전시장의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이 제일 컸던 전시로 기억된다. 굳이 또 가지는 않겠지만 누군가가 같이 가자고 하면 기꺼이 또 갈 것 같은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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