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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travel/Jeju

제주의 인디아::제주일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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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 잤다. 요즘 잠을 정말 잘 잔다. 너무 감사하다. 잠을 잘 자도 새벽같이 일어나는 내가 맘에 든다. 일찍 일어나는 주말 아침은 사랑스럽다. 마음껏 여유를 부려도 시간이 남는다. 거실 문을 열고 바다를 바라보다가 긴 명상을 했다.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따뜻한 차를 끓여마시면서 메리오가닉 사장님께 편지를 썼다. 편지와 함께 내가 그동안 사모은 토종 씨앗들을 포장했다. 나갈 준비를 거의 다 하고 책을 읽고 있는데 유비가 일어났다.

유비는 요즘 집 꾸미기에 빠져 있다. 바깥에 배달시킨 신발장과 스탠드가 놓여있었다. 마당에서 나는 신발장을 조립하고 유비는 스탠드를 조립했다.

그리고 배가 많이 고픈 상태에서 앤드유카페에 갔다. 세상에. 제주에 오기 전부터 너무 가고 싶었던 앤드유였는데 제주에서 열리는 제로 웨이스트 마켓에 참여해야 해서 오픈을 하지 않았다.


당황스럽지만 너무 배가 고파서 서둘러 택시를 타고 인디언키친에 갔다. 택시 안에서 또 잠들었다. 넓은 정원이 있는 식당이었다. 한국적인 맛이 나는 인도 커리에 유비는 약간 실망을 하고, 나는 내가 고른 커리가 맛없다고 한 유비의 눈치를 보느라 기분 좋은 식사를 못했다. 유비는 메리오가닉 사장님이 솔직해서 그 솔직함이 좋다고 했다. 나도 솔직하고 쿨한 사람이 되고 싶다. 노력 중이다.

동백나무
핑크 뮬리
핑크 뮬리
아름답고 향기로운 동백꽃


정원이 너무 좋아서 밥을 먹기 전에도 걷고 밥을 다 먹고 나서 또 걸었다. 너무 아름다운 정원이었다. 귀여운 한라봉들이 매달려 있고, 아름다운 동백나무와 핑크 뮬리도 있었다. 그곳에서 식물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귤 농장의 귤들을 귀여워하고, 들꽃들을 구경했다.

 
가는 길에 유비가 가보고 싶었다던 빈티지샵에 갔다. 유비는 쇼파 색과 같은 짙은 초록색 스커트와 니트를 샀다. 처음에 귀엽다던 펭귄이 잔뜩 그려진 스웨터는 너무 어글리 하다며 사지 않았다.


강연을 둗기 위해 서점에 갔다. 지속 가능한 삶과 예술에 대한 강연이었다. 강연자님은 의류 산업이 환경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주로 하셨다. 제주에 오긴 전에 한 박스가 되는 양의 옷을 당근마켓에 무료 나눔 했는데 나중에 너무 힘들어서 그냥 의류수거함에 넣을걸 왜 그랬지 후회했던 과거가 떠올랐다. 갑자기 내가 장하다.

 
강연은 꽤 길었고, 실내에 오래 머물러있던 유비는 힘들어했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집에 가자고 했다. 가는 길에 메리오가닉에 들려서 사장님께 내가 쓴 엽서와 씨앗을 드렸다. 내가 내일 또 오겠다고 인사하니까 유비가 웃었다. 집에 가서 유비는 김치찌개를 끓여줬다. 진짜 정말 맛있었다. 유비에게 레시피를 물어봤다. 김치와 야채를 볶다가 다시마를 잔뜩 넣고(엽서 크기 세장.) 끓인다. 그리고 김치가 시면 설탕을 넣고 시지 않으면 식초를 넣는다. 끓는 중간에 두부와 버섯, 호박을 넣는다. 나도 집에서 다시마를 잔뜩 넣고 끓여봐야겠다.

우리는 호기롭게 술 한잔도 하자며 편의점에서 한라산 소주도 샀다. 하지만 "크으"라며 거창한 소리만 내고 딱 한잔 밖에 마시지 못했다. 유비는 두 잔 마셨다.

밥을 다 먹고 또 인도 영화를 봤다. 유비는 인도 영화도 보고 인도 음식을 먹었더니 미얀마 생각이 많이 나고 너무 외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이라는 영화를 봤다. 너무 유쾌한 영화였다. 인도도 나오고 내가 사랑했던 파리와 유럽의 여러 도시들도 나왔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우리는 소리 내어 웃으면서 영화를 봤다. 영화를 다 보고 유비는 갑자기 빈티지샵을 차리고 싶다며 창업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찾아봤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가을 제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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