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ow to travel/Jeju

가을의 제주::제주일기11

반응형



오랜만에 제주에 왔다. 유비는 1년 동안 이곳에서 살기로 했고 이것저것 가구들을 사들였다. 유비의 집에는 침대도 생기고 소파도 생겼다. 유비의 소파는 유비 주변인들에게 유명한 소파이다. 배송비가 15만 원이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소파의 실물을 드디어 보게 되었다. 

늘 공부보다 운동이 먼저였기에 조금씩 밀린 할 일들과 공부가 있었다. 곧 슈퍼비전을 받아야 했고 해야할 공부가 있었다. 어쩌다 보니 약간 무리하게 제주에 왔다. 나 내가 만든 상황이니까 지금 여기에서 제주에 잘 머물다가 서울로 돌아가면 열심히 살 수밖에 없다.

나는 월경 전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 특히 잠을 엄청 많이 잔다. 몇년 전 불면증으로 고생했을 때에도 월경을 시작하기 전에는 하루 종일 낮잠을 잤다. 이번에도 잠을 정말 많이 잤다. 근 일주일 동안 일하고 공부하고 운동하는 시간 이외에 잠만 잤다. 그래서 제주에 가기 전에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들을 하나도 하지 못했다.

집이 너무 따뜻해서 잘 사용하지 않은 엄마가 사준 온수매트를 유비에게 주기로 했다. 택배로 보내려고 상자 안에 넣어 포장까지 진작에 해놨다. 근데 하루종일 자느라 보내지 못했다. 그리고 유비가 먹고 싶어 하는 빵도 사려고 했다. 당연히 자느라 못 샀다. 약간 속상하고 미안해서 유비에게 엽서를 썼다. 빵 대신에 내 맑은 기운을 나눠 주겠다고 썼다.

퇴근하고 바로 김포공항으로 갔다. 새삼스럽게 내가 서울 시민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늘 짐이 없어서 마실나가듯 공항에 가고 비행기를 탄다. 비행기에서 엄청 잤더니 제주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유비 집까지 또 잤다. 정말 요즘 잘 잔다.




유비는 추워지니까 친구들이 놀러오지 않는다고 했다. 외출도 잘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진짜 제주도민이 되었다고 했다. 너무 배가 고프다며 우선 라면을 끓여먹자고 했다. 나는 앤드유카페에 가고 싶었는데 다른 날 가면 되니까 그러자고 했다. 평소에 라면을 잘 먹지 않아서 정말 오랜만에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유비의 라면은 늘 버섯이나 두부나 야채들이 듬뿍 들어있다. 라면 국물에 현미밥도 말아먹었다. 배부르고 배부른 만큼 행복했다.



동그랗고 하얀 유리 화병이 '메리'이다.


칫솔이 필요해서 메리오가닉에 갔다. 오랜만에 사장님도 보고 새롭게 단장한 메리오가닉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코코넛 볼 두 개와 칫솔, 그리고 아주아주 귀여운 동글한 화병을 샀다. 유비에게 화병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더니 '배뚱뚱이'같은 이상한 이름만 지어주다가 '메리'가 어떠냐고 포기한 듯 말했다. 메리라는 이름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더니, 대충 지은 것을 제일 맘에 들어하냐며 어이없어했다.


 
유비가 비건 머핀을 구워줬다. 바나나를 넣고 끓인 블루베리 잼도 얹어줬다. 달고 따뜻하고 속세의 맛이 났다.


너무 맛있어서 둘이서 머핀 한판을 다 먹었다. 배부르고 행복했다.

씻고 침대에 누워서 영화를 봤다.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인도 영화였다. 다양한 신을 믿는 순수한 인도 청년이 타던 배가 난파되어 함께 살아남은 호랑이와 생존하는 이야기이다. 재밌고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갑자기 인도 영화에 꽂힌 우리는 내일도 인도영화를 보기로 했다.



반응형

google-site-verification=mokmFsyzCDBHq6Kqs6nwJ6ZtJrUW4c9he_9YRIJoVg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