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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travel/Jeju

세잎클로버::제주일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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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늦게까지 영화 보다가 잠들었지만 새벽이 되니까 눈이 떠졌다. 바로 일출을 보러 나갔다. 오늘도 아름다운 분홍빛의 태양이 순식간에 올라오고 있었다. 손수건 한 장을 현무암 위에 깔고 앉아 구경했다. 매일 봐도 지겹지 않은 바다다. 해가 높이 떠서 눈이 너무 부시기 시작하면서 주변을 걸었다. 제주에는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바다 근처에 핀 꽃들이 각양각색의 색을 품고 있어서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꽃과 저 풀을 구경하다가 꽤 멀리까지 갔다. 여전히 바다 앞이었고 현무암으로 쌓아 올린 담이 보였다. 흔히 보이는 담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슨 설명이 적힌 안내판이 있었다. 그 담장은 문화재였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사이에 쌓아 올린 담장이라고 했다. 내 눈에는 어제 동네에서 본 밭두렁 담장이랑 똑같았다. 앞으로 담장은 무조건 만지거나 건너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주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 s와 오늘 새벽에 한라산에 갈까 했었다. s의 컨디션이 안좋아서 약속을 취소했다. 제주여행과 함께 시작한 생리가 끝나서 요가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 괜찮은 요가원이 있었다. 그리고 이효리 요가 선생님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하타요가의 대가이신 한주훈 선생님 수련도 참여해보고 싶었다. 여기저기 알아보고 문의했는데 결론적으로 다 참여할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그래서 원래의 계획이었던 '무계획이 계획'을 실천하기로 했다. 

 

내가 만든 두유요거트

 



집으로 돌아와서 책을 읽고 있으니까 ub가 일어났다. 무슨 꿈을 꿨다고 했다. 본인이 YG연습생이 된 이야기였다. 생생하게 꿨는지 자세히도 이야기해줬다. 오늘 아침 요거트는 내가 준비했다. 요거트를 만들 때 ub의 그릇에는 조금씩 더 담았다. ub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먹는 속도가 좁혀졌다. 평소에는 나보다 빨리 먹는 ub가 다 먹고나면 한참이 지나야 내 그릇이 비워졌다. 이게 뭐라고 혼자 뿌듯하고 혼자 재밌었다. 그리고 이 날 처음으로 인정했다. 나는 딱복파(딱딱이 복숭아를 좋아하는 사람)에 백도를 제일 좋아한다는 것을. 복숭아를 너무 좋아해서 복숭아 중에서도 '딱딱이 백도'가 좋다고 말하기가 어려웠다. 복숭아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게 뭐라고 일기에 쓸 일인가 싶지만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나도 모르게 진지해진다.

 

요거트를 먹으면서 ub에게 어제 했던 이야기를 다시 했다. 사실 어제 이 시간쯤 ub와 나는 약간 다운된 상태였다. 매일을 최선을 다해 놀던 ub와 나는 약간 지쳤다. 그리고 우리는 행복에 익숙해졌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어제 했던 그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내가 말했다. "내가 어제 행복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했잖아. 근데 생각해보니까 행복한 이 순간이 오기까지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생각하니까 이 행복이 그냥 온 게 아닌 거 같아서 더 소중해졌어. 그게 너무 든든해." 오늘의 이 행복은 그냥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나의 어느 멋진 순간이라고 생각하자 다시 소중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행자요기가 찍어준 사진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오후가 다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가는 길에 음식물쓰레기를 버려야 했다. 매일 아침 과일을 먹으니 금방 음식물쓰레기가 쌓였다. 제주에서는 티머니를 충전해서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야 한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기계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우리가 티머니카드를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ub는 주변 가게에 카드를 빌리러 갔다. ub를 기다리면서 근처 바다로 나가서 혼자 바다 구경을 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부터 어떤 사람이 빠르게 다가오더니 혼자 왔냐며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자기도 찍어달라고 했다. 엄청 큰소리로 유쾌하게 자기는 요가를 하면서 제주 여행을 하고 있다며 다리 찢는 것도 보여줬다. 호탕하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즐거운 여행 하라며 인사를 나눴다. 그 사이에 카드를 빌려온 ub는 저게 무슨 상황인지 궁금해하는 표정을 보였다. 나에게 나중에 갑자기 웬 모델이 됐냐며 어떤 놈이 나에게 접근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단다 사랑방이라는 시골집을 개조한 카페겸 인도와 티벳 공예품 상점에 갔다. 그곳에서 두유짜이티와 비건 초코케익을 주문했다. 작은 공간에 사람이 많았다. 조금 불편했다. 코로나 걱정도 되고 사람들이 큰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ub는 업무 전화를 해야 했고 나는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을 읽었다.

"여행의 길마다에서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은 하찮은 자기연민과는 다른 것이었다.
나는 늘 나 자신을 향해 쓰러졌지만, 또한 나 자신으로부터 일어나곤 했다. "

 
이 구절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향을 피우다 보니 내 머리에서 항상 인센스 스틱 향이 은은하게 났다. 단다에서 다양한 종류의 인센스 스틱을 팔아서 제일 마음에 드는 향을 골랐다.


치즈와 베이컨을 빼고 주문할 수 있는 샌드위치 가게에 갔다. 집에서 샌드위치에 넣어 먹으려고 비건 햄도 구워갔다. 복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버스에서 수다 떨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쳤다. 깨닫고 바로 평대리 동동 정류장에 내렸다. 평대리 동동 정류장에 내리니 '평대리 최고 당근'이라고 쓰인 건물이 보였다. 우리는 저 단어 조합이 귀엽다며 "평대리 동동 최고 당근, 평대리 동동 숭구리 당당 숭당당" 노래를 불렀다가 랩도 했다. 이 가사로 들어주기 힘든 아카펠라도 해보고 별 짓을 다했다. 샌드위치 가게의 위치가 애매했다. 원래 가려고 했던 김녕해수욕장과 반대편이고 가는 길도 골목골목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갔는데 이미 다 팔리고 없었다. ub는 아주 속상해했다. 나는 별로 속상하지 않았다. 다음에 또 오면 된다. 그리고 가는 길에 예쁜 꽃도 구경하고 귀여운 고양이도 만났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샌드위치 가게에 찾아가느라 에너지를 많이 써버린 우리는 김녕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평대리 해수욕장에 갔다. 돗자리를 깔고 비건 햄을 먹으면서 갈매기 소리같은 웃음소리를 냈다. 모래를 만지며 한참을 놀다가 아쉬운 대로 해변에서 요가를 했다. 머리로 거꾸로 서는 시르사아사나에서 시작해서 우르드바 다누라아사나라고 하는 활처럼 휘는 후굴 동작인 백밴딩을 하고 엉덩이와 허리 힘으로 일어나는 컴업 동작을 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컴업을 한 건 처음이었다. 너무 뿌듯했다. 요가도 하고 수영도 하고 마지막 바다에서 놀았다.

 

 

 



저녁이 되자 걸어서 세화에 가서 밥을 먹기로 했다. 걷다가 도로 위에 앉아 노을을 구경했다. ub는 노래를 불렀다. 노을과 잘 어울리는 목소리가 좋았다. 비건 옵션인 순두부 찌개를 먹었다. 속세의 맛이 나서 ub는 고기 육수가 들어간 것 같다고 찝찝해했다. 채수를 쓴다는 확답을 한번 더 받고 안심하면서 먹었다. 원효대사 해골물 반대 버전인가 싶었다. 나는 열심히 다 먹어놓고 저번에 먹은 해장국이 훨씬 맛있었다고 했다.

 

밥을 먹고 나니 밤이 됐고 주변은 깜깜했다. 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바다 근처에 가서 시멘트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바다 소리를 들으면서 별 구경을 했다. ub는 별똥별을 봤다고 했고 나는 보지 못했다. 자연의 일부라는 느낌이 들었다. ub는 자신이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선물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고 했다. ub는 또 노래를 불렀고 나는 누워서 별을 보다가 춤을 췄다. 너무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감자칩을 먹으면서 영화를 봤다. 멋있는 언니들이 나와서 악당을 물리치는 액션 영화였다. 우리는 감탄하고 소리지르면서 너무 멋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하고는 알찼던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몸은 여유롭고 마음은 감동으로 바빴던 하루였다. 거의 다 계획대로 되지 않고 행운도 없었지만 곳곳에 행복이 가득했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뜻하지만 희귀하다. 세잎클로버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의미는 '행복'이다. 오늘은 세잎클로버같은 하루였다.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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