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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see/Diary

가을은 혹독한 무더위가 있었기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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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일기 특히 출근길 일기..
요즘 정~~~말 생각이 많다
쓰고 싶은 말이 많다는 이야기인데
읽을 책이 많아서 여유가 생기면 책을 읽게 되니까 무엇을 적을 시간적 공간이 없었다.
팟 캐스트 녹음도 끝났고, 상담자료개발집 출판도 드디어 막바지가 되었다.
새로운 배울 것들, 읽고 싶은 것들이 계속해서 생기지만 당분간은 멈추기로 했다.
끊임없이 무엇을 한 탓에 내면을 돌아볼 여유가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많이 좋아하는 친구가 어제 결혼을 했다.

울컥하고 울지 않으려고 엄청 애를 썼지만 울었다 ㅋㅋㅋ
친구는 누구보다도 덤덤하게 결혼을 준비했는데,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오바하지 말아야지 엄청 다짐했다.
하지만 다짐은 쉽게 무너졌고 ㅋㅋㅋ 친구도 중간에 약간 울먹였다.

친구는 학교 다닐 때 같이 교환학생 갔던 친구이다. 그래서 졸업 이후로 친구를 통해 소식만 전해들은 동기들을 결혼식에서 많이 만났다. 그 중 몇명은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서로 하고 있었다. 반갑고 피곤했다.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화장에 높은 구두 등등의 이유로 이미 지쳤다. 그래도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행복했다. 다들 잘 살고 있구나. 앞으로도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제 영영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중 학교다닐 때도 별로 친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인스타는 친구인 SH도 있었다. SH는 내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고 칭찬을 많이 해줬다. 인스타 잘 보고 있다. 멋있게 사는 것 같다. 유기동물 입양글이나 요가 사진 잘 봤다. 너 무슨 책도 내지 않았나. 등등 갑자기 SH덕분에 부끄럽고 행복했다. 그리고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내 인스타를 보고 요가를 해보고싶어서 등록했다고!!! 했다. 내 영향을 받아서 요가를 시작했다니. 얼마 전에 부장님이 선물해주신 시 한편이 생각났다. 제목이 참 거창한 시였는데 내가 한때 이곳을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성공이라는 내용이었다. 아주 작고 미미하지만 내가 사는 방식을 보여주는 것도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실수도 하고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주 잘 살고 있다는 피드백을 받은 것 같았다.

나대로 나답게 살면서
상처준 이들에게는 용서를 구하고
상처주는 사람들은 용서하고
많이 사랑하고 살아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솔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매일 느끼는 것이 있다.

나는 가을을 되찾은 것 같다.
애쓰지 않아도 기쁘고 가을이 너무 좋다.
가을이 이렇게나 좋은 게 처음인 것 같다. 너무 감사하고 아름답다. 슬프기도 하지만 그 슬픔도 아름다움의 일부라고 구름과 나무들이 말해주는 것 같다. 출근 길에 내가 매일 인사하는 계수나무 한 그루가 있다. 저번주까지 잎이 노랗게 변하더니 어제 밤에 내린 비때문인지 잎이 다 떨어져있었다. 떨어지는 잎을 내가 막을 수 없다는 것과 떨어진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고 느꼈다. 아름다운 찰나를 알아차리고 잠시동안 머물며 기뻐하는 것 이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사실 일과 관계 등등의 모든 것들이 그렇다는 것을 내가 자꾸만 잊으니까 자연이 나에게 깨달음을 준 것 같다.
애쓰는 것과 충실한 것의 차이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애쓰지 말고 내려놓기.
하지만 늘 충실하게 살기.
문장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지금 여기에서 너무 많은 감사한 것들에 감사하면서 열심히 살겠다는 의미이다 ㅋㅋ




나는 밖에서 사먹는 것과 집에서 먹는 것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느낀다.

엄마가 어택 수준으로 챙겨주는 많은 음식들 덕분이다.
저번주 어느날 집에서 밥을 먹고 엄마랑 영상통화를 하면서 그 이야기를 했다.
밥을 먹는데 먹는 순간순간 너무 감사했다고. 엄마가 해준 맛있는 것들을 먹으면서 엄마가 얼마나 정성으로 만들었을지도 생각하고, 이제 엄마가 없을 미래에 이것들이 그리워지면 난 어떡하지 등등 생각하며 먹느라 분주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내가 없어지면 사먹으면 된다며 세상 쿨하게 대답했다.
엄마가 긴긴 세월을 내 끼니를 챙기며 나를 이렇게 키웠으니 나는 더 잘 살아야겠다고 이야기했더니
이번에는 잘 안키웠어도 제대로는 살아야되는거 아니냐고 이야기했다. ㅋㅋ 아 엄마!! 쫌!! 너무 사랑스러운 무드 브레이커 ㅋㅋㅋ

엄마 말이 다 맞다.
더 감사하고 그냥 더 잘 살면 된다.
바뀌는게 별로 없어도 더 감사할 수는 있다.



11월에 좀 더 해볼 것

낙엽 질리도록 구경하기
상담 받기(조금 더 솔직하게 내 마음 구경하기)

회사 물건 정리하고 비우기
보고싶은 사람들이 많지만 혼자만의 시간 갖기
한상심 2급을 위한 공부
요가 티칭 공부
싱잉볼 티칭 공부




감사한 것


1. SH가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2. 오랜만에 만난 JY언니와 즐거운 식사를 했다.
3. 와인 한잔 사실 두잔 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고, 그 흐려진 정신력이 과음으로 가지 않았다. 산책 좀 하다가 조신하게 일찍 집에 들어와 일요일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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