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없었다면 아마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포르투 카미노에 가려고 했다. 카미노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의미한다. 종교는 없지만 해안 길을 걸으면서 생각 정리를 하고 싶었다. 특히 침묵 속에서 나 스스로와 단둘이 대화를 많이 하고 싶었다.
정말 갈 줄 알고 제목에 산티아고가 쓰여있어서 샀던 책이다. 이 책은 독립출판물이라 대형 서점에서는 팔지 않는다. 나는 책방 연희에서 구입했다. 두 권을 사서 하나는 나 읽고 하나는 선물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주고 싶은 친구가 한 명 더 늘어서 두권 다 선물했다.
예전엔 비가 걸리적거렸는데 오늘은 비가 도움이 된다. 들뜨는 내 마음을 잡아주니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취향이, 생각이 변한다. 조금 더 살아보니 상황에 따라 전에는 걸림돌이던 것이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오늘 내리는 비처럼.
이번주 내내 비가 온다고 한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오늘은 책의 구절처럼 도움이 된다. 어제부터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고, 내 속도에 맞게 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저번 주에는 더 가라앉게 해서 별로였던 비가, 이번 주는 시원하고 차분하게 해주는 좋은 비가 되었다. 나는 일때문에 그리고 상황적으로 많이 힘들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 힘들 예정이지만 그 상황에 희망을 보태어 바라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괜찮지 않을 때에는 괜찮지 않은 나를 내버려두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 잠에서 깨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이 있다. '상황은 바꿀 수 없지만 그 상황을 바라보는 눈은 바꿀 수 있다. '이다. 이 힘듦 속에서 내가 배웠던 것들을 소중히 잘 메모해둬야겠다.
행복은 붙잡지 않으면 시간과 마찬가지로 흘러가버린다.
이젠 봄만 기다리지 않을래. 그냥 내 앞에 있는 것들을 즐길래. 그냥 내게 주어진 오늘 하루만 볼래. 산을 지치지 않고 오르려면 저 멀리 꼭대기를 보지 말고 한 치 앞만 보고 가라는 말이 있잖아.
살아오면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즐거워야 한다는 걸. 매일매일의 나를 기분좋게 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나와 함께 오래도록 살아야하니까.
일기 형식으로 서술되었던 책 덕분에 읽는 동안 계절감을 느꼈다. 모두가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종결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많이 기다린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를 걱정하느라 오늘의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책에서 '바로 지금은 잠시 지나가는 곳인 동시에 당신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 그곳에 서 있는 이유는 그 자리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특히 힘들 때 자주 생각나고 위로받는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그 안에 작은 행복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행복을 찾고 감사할 줄 아는 하루를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기록은, 삶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은, 찾아오는 일들에 대한 너의 감정을 기록하는 것은, 너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힌트가 될 거야.
정말 우연히 아침에 이 책에 대한 메모를 봤고, 하필 오늘 비가 오고 이 메모가 나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 감사한 하루가 왔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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