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없이 혼자만의 삶을 잘 가꾸는 사람들은 여러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스스로를 흠뻑 채울 수 있는 취미나 취향,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 혹은 자기 자신에게 내린 단단한 뿌리 같은 것.
사실 이들은 혼자라 말할 수는 없다.
연애를 하지 않을 뿐이지, 다양하고 의미 있는 것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나는 취미 부자다.
운동은 코로나 덕분에(?) 이것저것하다보니 요가, 수영만 하다가 클라이밍, 서핑, 골프도 하게 되고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요리도 좋아한다.
전시나 영화도 자주 본다.
그리고 새로운 취미로 블로그를 하기 시작했다.
연결감을 느낄 수록, 그 연결의 다발이 많을수록 쉽게 행복하고 어렵게 불행하다.
나와 결이 잘 맞았지만 좋아하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던 관계가 있었다.
그분은 자상한 만큼 섬세했던 것 같다.
나에게 혼자인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나와 같이 있을 곳이 안보였다고 했다..
「외로운 것들에 지지 않으려면」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될 것 같다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힘으로 인생이 굴러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나일 때.
가장 힘이 세다.
든든한 지원군이 절대 떠날리가 없는 나일 때 느낄 수 있는 단단함은 정말 강하다.
인생은 나를 이해하고 나를 잘 돌보는 일인 것 같다.
늘 외로웠다. 외로운 게 부끄러워 외롭다 말도 못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의존적인 내 모습이 싫었다.
나는 나의 일부를 너무 미워해서 감히 누군가에게 사랑해달라고 꺼내놓을 수가 없었다.
너를 만나기 전에 내가 딱 이랬다.
외로우면서도 의존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독립적인 척했다.
누가 날 좋게 봐주면 저 사람은 이상한 사람이거나 내 진짜 모습을 보면 실망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이 실망하는 것보다는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상처 받을까 봐 두려웠다.
너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네가 좋아질수록 헤어지자고 말하는 나를 너는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심리상담을 받았다. 거기서 아빠가 나왔다.
너를 만나 가장 감사한 일은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을 스스로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연인을 만나 이보다 더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을까.
갑자기 여기서 아빠 얘기를 하는 게 뜬금없나 싶지만,
나는 아빠를 너무 사랑한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는 히말라야 어느 산에 갔다.
그리고 그때 그 산에서 한국인이 실종됐다는 뉴스를 봤다.
실종된 한국인이 누구인지 아직 신원 파악이 안 됐다고 했다.
그 신원 파악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어린 나는 밤마다 아파트 창가 옆에 앉아서
무릎도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종교도 없으면서.
그때의 충격은 나에게 고스란히 새겨졌고 20대가 된 나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너를 사랑할수록 너를 잃을까 두려웠다.
너를 만났던 그 당시에도 나는 새벽 4시 반이면 일어났다.
아빠가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겠다고 5시면 나갔기 때문이다.
내가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그래서 아빠를 안아주고 "사랑해"라는 말을 못할거고,
그날 아빠가 자전거를 타다가 잘못되기라도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거의 매일 아빠보다 먼저 일어나서 아빠의 출근 길을 마중했다.
그 마음이 너에게 번졌다는 걸 상담을 받으면서 알았다.
너는 나의 불안을 버텨주고, 내 결핍을 사랑으로 채워줬다.
그래서 나는 너를 만나면서 편안해졌고, 의존하는 내 모습을 인정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네가 아닌 누구를 만나도 좋은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만큼이나 나의 가치관도 중요하다.
사랑과 가치관 둘 다 나의 삶과 분리할 수 없다.
나의 가치관을 바꿀 수는 없지만 연인은 바꿀 수 있다.
우리는 결정적으로 가치관이 너무 달랐다.
나도 너도 서로의 가치관을 존중하기에 많이 미숙했던 것 같다.
가치관은 어떤 계기로 바꿀 수 있고 저절로 바뀌기도 하지만 관계를 위해 억지로 바꿀 수는 없는 것 같다.
연인은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로 약속한 사이다.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고, 아문 자리가 엉겨 붙으며 가까워지는지도 모른다.
나로 인해 상처받는 너를 사랑한다.
너의 상처는 나의 사랑으로 다시 치유될 것이다.
그러니 몇 번이고 나 때문에 울게 되기를.
저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결혼할 사람이 나와 싸울 사람'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관계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갈등 그 자체보다는 갈등을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갈등은 오히려 배움과 관계의 견고함을 준다.
우리는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관계를 단절했다.
밉지 않았다.
너는 분명 나를 많이 사랑해줬고, 나는 그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태어나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건 너무 감사한 일이다.
너는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다.
가끔씩 너를 떠올릴 때마다 늘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만나면서 나 때문에 너는 몇 번 울었다.
내가 헤어지자고 해서 운 적도 있지만 내가 준 작은 위로에도 너는 눈물을 흘렸다.
이제와서 고백하자면 나는 그때의 너의 눈물이 좋았다.
내가 너에게 중요한 뭐라도 된 것 같아서 좋았다.
다 잊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다 잊을까 봐 두려웠다.
그 시간들은 나에게 정말 중요했고 소중했다.
그리고 살다 보면 그렇게 소중한 것과 이별할 수도 있었다.
사랑은 시작도 끝도 한번 선택하면 돌이킬 수 없었다.
그렇게 내 삶에는 명치를 부여잡고 아무리 울고 빌어도 돌이킬 수 없이 잃어버리는 존재가 생겨났다.
아주 오랫동안 틈만 나면 끅끅 울었다.
오직 마지막 사랑만이 진실하다면,
끝나버린 사랑은 그 사랑을 위한 연습 게임일 뿐이라면,
지금의 사랑이 진짜인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사랑한 모든 순간은 진짜였다.
그 시간은 내 삶에 나이테처럼 남아 있다.
나는 너를 위해 내 심장도 내어줄 수 있다.
그러나 피곤한 날 음식물 쓰레기를 대신 내다 버려줄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 어떤 모습도 거짓은 아니다.
너는 내 이상형은 아니다.
그러나 떠올릴 때마다 웃음이 나는 얼굴은 네 얼굴밖에 없다.
나는 고치고 싶은 버릇같은 게 있는데 관계를 생각할 때 극단적인 생각을 자주 한다.
만약에 네가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되어도 나는 너를 사랑할 수 있는데, 너도 그런지 항상 물어봤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런거였다.
그래서 시작이 쉬운 사람들을 보면 신기했다.
너의 조건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아줬으면 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존재이고 싶었다.
이상형이 있으면 뭐하나.
내가 좋아하는 모습은 내가 꿈꿔온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내가 누군가를 자꾸만 귀엽다고 하면 친구들은 귀여운게 제일 위험한거라고 ㅋㅋㅋ했다.
떠올릴 때 웃음이 나는 얼굴은 모든 게 다 귀여워보인다.
나도 아이가 갖고 싶었다.
내 마음 속에는 늘 가상의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에게 종종 말을 걸기도 했다.
나를 엄마로서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하기도 했었다.
만약 아이가 태어난다면
"엄마는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전 생애에 걸쳐 너를 만나고 싶어 했고 사랑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작가처럼 나도 내가 엄마가 될 자격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생각해보면 엄마의 역할만 고민한 게 아니다.
우주를 돌볼 때도 내가 고양이를 키울 자격이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내가 과연 상담교사가 될 자격이 있을까 고민했다.
자격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할 때면 사람들을 찾아가서 확인받으려고 했다.
고민하는 것 자체로도 자격이 충분하다는 대답도 들었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나는 아마 내 안의 자격 검증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아주 어릴 때는 당연히 결혼도 출산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이를 너무나 원하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출산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내 유전자가 아깝다는 생각은 종종 한다. ㅋㅋㅋ
낳든 안 낳든 그건 미래의 내가 결정할 부분이고 나도 가끔씩 가상의 아이에게 말을 건다.
엄마가 너를 만날 수 있다면 많이 사랑한다고 이야기 하고 싶다고
사랑은 우리의 여생을 짊어지기에는 너무나 연약하다.
평생 너만 사랑할 수 있을까?
너와 결혼한 상태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오늘은 너를 사랑한다.
너와의 신의를 지키겠다는 선택을 한다.
너를 사랑하겠다는 매일의 선택이 모여 나의 평생을 이룰 수 있다면, 그건 기적과 같은 일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언가 한다는 뿌듯함이
나를 더 열심히 움직이게 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눈을 떴을 때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은 변한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는 사랑이 더더 어렵다.
하지만 나도 모르겠다.
지금 그대로의 나를 소중하게 여기며 잘 살다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그 사람을 사랑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할 것 같다.
나는 누군가가 좋아서 뭔가 노력하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사랑에 관한 보편적이면서 특별한 책이었던 것 같다.
재밌게 읽어서 한번 더 읽어본 책이다. 추천!
책을 통해 내 사랑들을 정리해봤는데 좋은 시간이었다.
모두들 예쁜 사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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