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우주꿈을 꾸지 않았다. 우주가 너무 보고싶다. 힘들 때 특히 우주 생각이 많이 난다.
우주가 오고나서 난감했다. 당시에 아빠가 편찮으셔서 바로 며칠 뒤에 고향에 가야했는데 갑자기 우주가 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이 친구(이 친구는 곧 우주의 아빠가 된다)가 잠깐 들려 우주의 밥과 화장실 정리를 해줬다. 이때까지만해도 위기를 잘 넘겼다고 생각했다.
우주와 함께하면서 제일 큰 문제는 배변이었다. 고양이는 깔끔하기로 소문난 동물이다. 하반신이 다치기 전에는 우주도 그랬을 것이다. 우주는 뒷다리가 불편했고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우선 똑바로 앉아서 변을 보는게 불가능했다. 우주가 볼일을 보면 화장실 벽에 오물이 다 튀었다. 그래서 매일 닦아줘도 악취가 났다. 고양이의 그것 냄새는 정말 상상 그 이상이다. 냄새도 문제지만 그 농도가 충격적이다. 더군다나 우주는 물을 한 번 마실 때 한대접을 마셨기 때문에 오줌의 양이 많았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들이 많아서 물을 잘 마시는 우주를 보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물을 많이 마시니까 배출량도 많은데 조준을 잘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것도 며칠만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우주는 거기서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화장실 근처에서 용변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출근하기 전에 박스와 신문지, 배변 패드로 무장을 해놓고 나갔다. 좁은 오피스텔 안에 고양이 화장실을 세개나 만들었다. 소용없었다. 나중에는 아무 바닥에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아무 곳에 싸고 그것들을 몸에 다 묻힌 우주는 내가 퇴근하고 돌아올 때까지 온 방안을 돌아다녔다. 정말 매일 이불과 카펫 빨래를 했다. 높은 곳과 푹신함을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딱딱한 바닥에만 있으라고 할 수도 없었다.
배변패드도 사보고 반려동물 기저귀도 사보고 할수 있는 건 다해봤지만 날이 갈수록 더 상황이 안좋아졌다. 퇴근하고 집앞에 서서 현관문을 열기 전에 울다가 들어간 적도 있었다. 오늘은 또 얼마나 엉망일까. 우주는 또 얼마나 사고를 쳤을까 무서웠다. 우주가 나와 우리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부러 오줌을 갈기는(?)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어느날 우주가 카페트에 오줌을 쌌는데 색이 이상했다. 붉은 색이었다. 혹시 혈뇨인지 너무 걱정이 됐고 구조자와 상의하고 바로 병원에 갔다. 우주에게 너무 미안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도 못하는 작은 동물에게 원망을 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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