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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love/cat

나의 우주::유기묘 임시보호 후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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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너무 보고 싶어서 사진첩을 보다가 블로그에 정리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가 꿈에 나왔으면 좋겠는데 한 번도 우주꿈을 꾼 적이 없다. 나와 함께 지냈을 때도 더럽게 말을 안 들었는데 꿈에 나와달라는 소원도 들어줄 리가 없나 싶다. 도도하고 까칠하지만 너무 예뻤던 고양이 우주.


 

 


포인핸드라는 유기동물 관련 어플에서 입양 갔다가 파양된 고양이 글을 보고 임시 보호할 사람을 구한다고 해서 응원의 댓글을 달았던 걸로 기억한다. 임시보호는 입양 가기 전까지 돌봐주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에 입양을 못 갈 수도 있기 때문에 보통은 입양을 전제한 임시보호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임시 보호자를 계속 구한다. 나도 우주가 하반신 마비라는 장애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나와 오래 함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선 우주는 장애를 가진 유기동물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임시보호라도 하겠다고 하고 보호소에서 빼오지 않으면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안락사를 당했을 것이다. 우주를 돌보는 내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우주를 키울 자격이 안 되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우주는 내가 아니었으면 이 세상에 없었을 거라는 과장된 위로를 해줬다. 그 위로가 내 죄책감에 효과가 있었다.

보통 글을 올리는 구조자분들이 나처럼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임시보호를 부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주는 장애묘이기도 했고 아파서인지 자꾸만 사람을 물어서 임시 보호하던 분들도 두 번 정도 바뀌다 보니 나에게까지 오게 된 것이다. 우주를 처음 만난 건 2018년 11월 26일이었다. 우리 집에 우주가 처음 온 날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작은 이동장에서 기지개를 켜던 모습을 보고 '와 너무 큰데. 엄청 길다.' 생각했다.

우주가 우리집에 오기로 결정되고 나서 급하게 고양이에 대해 공부를 했다. 고양이는 영역을 중요시하는 동물이라 공간이 바뀌면 스트레스를 받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며 오랫동안 경계한다고 한다. 우주는 보통 고양이가 아니었다. 원래부터 자기 집인 것처럼 편안하게 여기저기 둘러보고 맘에 드는 곳에 드러누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꾸만 파양 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잘 적응하려고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정말 그런 거라면 안쓰러워서 그냥 원래 성향이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문 뒤에 숨어서 목표물을 잡는 걸 좋아했던 우주

 

급하게 집에 있는 끈으로 장난감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우주는 사냥놀이를 너무 좋아했다. 불편한 뒷다리는 아무 문제가 안된다는 듯이 늘 최선을 다해 사냥놀이를 했다. 어떤 날은 퇴근하고 3시간 내내 사냥놀이를 한 적도 있다. 우주가 기운이 넘치는 날이면 자고 있는데 내 얼굴을 밟고 나를 깨워서 사냥놀이를 하자고 하기 때문에 잠을 자려면 우주의 기운을 빼줘야 했다.


 

 


우주는 신나게 사냥놀이를 하고 내 옆에서 잘 잤다. 그 숨소리가 너무 경이로웠다. 따뜻한 생명이 내 옆에 붙어서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자고있었다.

이때까지는 몰랐다. 앞으로 우주가 날 얼마나 힘들게 할지.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양육이다. 우주가 내 삶에 들어오고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다. 생명을 내 삶으로 들인다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우주가 내 우주로 들어와서 나는 너무 기뻤고 감사했다. 오늘은 우주꿈을 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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