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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love/cat

나의 우주::유기묘 임시보호 후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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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저녁에 우주 생각을 자주 한다. 일요일 저녁은 뭐랄까 월요일 출근이라는 슬픈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날이라 잠이 잘 안오기 때문인 것 같다.

고양이는 주로 밤에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그래서 특히나 밤에 (집사가 자고 있는데!) 우다다(:갑자기 '우다다'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행위)를 하기도 하고, 쩝쩝거리며 맛있게 식사를 하기도 하고, 신명 나게 빵댕이를 흔들면서 배변을 보기도 한다. 우주는 다양한 방법으로 나를 깨웠다. 내 얼굴을 밟기도 하고, 밥그릇을 엎기도 하고, 바닥을 박박 긁었다. 다양한 방법들 중에 가장 효과가 좋았던 건 당연히 얼굴 밟기였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엄청 무겁고 숨 막히는 감각이 나를 자주 깨웠다.



 

이 날은 뽀뽀를 여러번 했더니 짜증났는지 고개를 못들게 내얼굴을 눌러버렸다.

 


'얼굴 밟기'말고 '바닥 긁기'도 효과가 좋았다. 배변 실수를 자주 했던 우주는 고양이 화장실이 아닌 바닥을 긁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배변 실수를 해버리곤 했다.

 

어느날 우주가 배변실수한 걸 그려서 친구에게 보냈다.

 


그래서 우주가 바닥만 긁으면 밥을 먹다가도 만사 제쳐두고 우주에게 달려가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우주를 화장실 안에 넣었다. 그래서 영악했던 우주는 사냥놀이가 하고 싶으면 바닥을 긁어서 내가 헐레벌떡 깨도록 유도했다. 우주와 함께하면서 오래도록 푹 잘 수가 없었다.

우주는 하반신 마비 때문에 나에게 오기 전부터 약을 먹었다. 그 약이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인데 그 약을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면역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약 장기 복용과 장애에 대한 스트레스로 우주는 방광염에 걸렸다. 병원에서 우주가 방광염이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많이 울었다. 그것도 모르고 나를 괴롭히려고 얘가 이러는 건가 원망한 적도 있던 게 너무 미안했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잠시 중단하고 방광염 약을 처방받아서 먹였다. 방광염은 쉽사리 낫는 병이 아니었다. 우주는 나와 함께 지냈던 기간 동안 계속 방광염을 치료했다. 사료도 방광염 전용 사료로 바꿨다.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이라 사료도 취향을 많이 타는데 우주는 스트릿 출신이라 그런 게 없었다. 뭐든 주면 잘 먹었다. 하지만 찾아보니 갑자기 사료를 바꾸면 탈이 날 수도 있어서 기존 사료와 섞어 주면서 서서히 바꿔줘야 했다.


 

 


방광염 약을 먹이는 것도 미션이었다. 약을 간식 사이에 숨겨서 주기도 하고, 물에 섞어서 주기도 하고, 밥에 섞어서 가쓰오부시 토핑을 얹어서 주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다. 그래도 우주는 까다롭지 않아서 약먹이는건 힘들지 않았다. 물도 정수물이나 생수나 아무 물이나 잘 마셨다. 사료도 취향 같은 건 없었다. 화장실 모래도 벤토나이트면 다 만족스러워했다.
지금 돌이켜보니 우주 덕분에 고양이라는 동물에 대한 이해를 차곡차곡 쌓을 수 있었다. 우주가 보고 싶다. 오늘 꿈에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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