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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eat/Tea

루이보스 차이::Clement&Pek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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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을 다녀왔다. 어제 밤부터 무기력의 연결고리를 끊어냈다. 출장에 대한 생각은 다른 글에 정리하려고 한다.

나는 스무살 이후로 임용공부를 준비한 기간을 제외하고 매년 해외로 나갔다. 여행은 나를 책임감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줬다. 그래서 나는 살기위해, 잘 살아남기위해 여행을 갔다. 어느 곳에 가는지는 상관없이 여행을 다녀온 나는 생기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한국에서도 잘 살 수 있게 됐다. 여행 길에 마주한 많은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깨달음 같은 것들이 나를 잘 살도록 이끌어주었다.

나는 좋아하는 음식은 한번 빠지면 몇달이고 질리도록 먹는다.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좋아하는 나라나 장소는 여러번 갔다. 아일랜드도 그렇게 될 예정이었다. 더블린에 있는 모든 순간이 좋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아일랜드 이민까지 알아봤다. 이런 생각까지 들게하는 나라는 처음이었다.

더블린 중심가에 있던 클래맨츠앤피코는 내 친구가 일하던 카페다. 이 아일리시 카페에 아몬드라테를 마시러 갔었다. 너무 맛있는 라테였다. “알먼랕테”라며 발음하는게 좋아서 고장난 기계처럼 반복해서 말했다. 친구는 나를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여기는 커피도 맛있는데 다양한 종류의 원두와 티를 소분해서 팔았다. 부서 선생님들 선물로 원두도 사고 나를 위한 티도 두종류를 샀다. 티 퀄리티가 너무 좋다.

오늘 처음으로 여기서 구입했던 루이보스 차이 티를 열었다. 다시 갈 수 있을까. 갑자기 까마득해졌다.

루이보스, 바닐라, 그리고 비밀 스파이스 블렌딩 티라고 한다. 바닐라가 향을 책임지고 묵직한 루이보스가 주인 행세를 하면서 스파이스가 달짝지근한 끝마무리를 해준다. 이제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는 곳이라 차를 우리는데 괜히 긴장을 했다. 온도도 찻잎의 양도 정석을 지켜야할 것 같았다. 그러다 문뜩 다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못간다고 해도, 그 시절의 나는 행복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 앞에 놓인 찻잔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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