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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see/Movies

[영화]그녀HER::스파이크 존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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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영화 Her
색감이나 아름다운 음악들 덕분에 오래도록 사랑한 영화이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영화를 사랑하는 세 단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 첫번째 단계는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이다.
첫번째 단계에서부터 격하게 공감했다.
나는 좋아하는 영화는 기회가 될 때마다 다시 보는 편이다.
이 영화도 몇 번을 본건지 셀 수 없다.

두번째는 그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그래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내가 내 경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맛집 리뷰가 제일 많은 것 같지만…!
맛집은 내가 다시 검색해보려고 적는 게 많으니까 ㅎㅎ

세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심리학을 공부하기 전의 장래희망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
그 또한 내가 세상을 사랑하기에 할 수 있었던 생각이라는 걸 이 세 가지 단계를 짚어보며 흐릿하게 깨달았다. 비단 영화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혹은 사람)에도 사랑의 단계가 성립된다고 생각한다.

2014년에 우연히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친구랑 즉흥적으로 가서 봤다가 두 번 놀랐던 영화.
잔잔한 영화인 줄 알았고 평소에 취향이 비슷한 친구랑 보러 간건데
영화 초반부에 야한 신음소리 + 임신한 여성이 나체로 나오는 장면이 나왔고, 동공지진하느라 놀랐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야 그 영화가 18세 미만 관람 불가인 것을 알았다.
같이 본 친구는 남자였다. 아직도 친한 친구지만 아무리 친해도 너무 뻘쭘했다.
그리고 초반의 당황스러움과 상관없이 영화 색감이나 줄거리, 영화 음악까지 다 너무 좋아서 소름 돋아서 한 번 더 놀랐다.
그렇게 이 영화를 만났고, 이 때부터 이 영화를 사랑했다. 너무 좋아서 영화를 보고 1년 동안 ost를 백색소음처럼 듣고 거의 한달에 한번 씩 정기적으로 다시 보기도 했다.
2019년에 재개봉을 했을 때 그 때 그 친구랑 다시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다.
5년만에 극장으로 돌아온 영화는 딱 5년 만큼 나이 든 우리에게 역시 좋은 건 크게 봐야한다는 가르침을 주었다. 예전에 누군가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보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인간의 몸의 70퍼센트가 수분으로 되어있고 영화관의 스피커가 그 몸안의 수분에 진동을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를 제대로 느끼려면 영화관에서 봐야한다고 했다.
그럴듯한 이유였다.
그래서 그 이후에 항상 집에서 작은 화면으로 영화를 보더라도 꼭 소리는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용해서 최대 음량으로 보려고 한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서 2023년이 되었고
오랜만에 만난 그 친구와 영화 Her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좋은 영화라고 나는 어떤 장면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주인공 테오도르에겐 케서린이라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둘은 사랑해서 결혼했고 행복한 날들을 보냈다.
이 장면들을 영상으로 보면 너무 아름답고 아련하다.
그 짧은 장면이 참 인상깊었고 눈을 통해 영화를 보면서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게 더 많은 듯 하다.
이 둘은 이혼을 준비한다.

편지작가인 테오도르는 감정이 서툰 사람들을 대신해서 편지를 써준다.
그의 부인 케서린과의 장면이 생략되어 있어서 그렇게 느낀 걸 수 있지만, 그에게 가장 결핍됐던 건 소통이었는데
편지작가로서 다른사람들의 소통은 잘 돕지만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는 그러지 못했다.
중이 제 머리 못깎는 것은 국룰인가..
상담을 하는 나도 소중한 사람에게 참 서툴다. 그리고 테오도르가 사랑에 빠지는 인공지능 사만다
유쾌하고 즐거운 사만다의 성격이 내 성격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만다와 이야기하면서 즐거워하는 테오도르를 보면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했다.
사만다는 대화코드도 잘 맞춰주고 개인 비서처럼 스케줄 관리도 해주고 밀린 메일함도 정리해준다. (오..파워 ENFP인 나에게 너무 필요해🥹)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주변과의 관계, 특히 연인과의 소통에 서툴렀던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그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그가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었다.
사만다는 몸이 없었지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두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나를 이해하고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것. 처음엔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 관계가 각자 품고 있던 욕망을 이끌어 주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하고 갈등을 겪기도 하면서 여느 연인들이 겪게 되는 사랑의 과정을 통과한다.
이를 통해 사랑은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니라 고통도 함께 따른다는 것, 그러면서 성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체없는 존재와의 사랑.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을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어린왕자가 말하는 사랑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 속에는 늘 네가 한 조각 있고, 그리고 난 그게 너무 고마워.
네가 어떤 사람이 되던
네가 세상 어디에 있던
사랑을 보낼게
출처 : imoviequotes



테오도르에게 ‘과거’란 부정하고 싶기도 한 아름다운 단편들이었다.
너무 아파서 그것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과거에 묶여있는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말한다.

재미있지 않아? 과거는 그냥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야.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거지. 내가 그렇게 부족한 애라고.. 그러다가 깨달았어. 난 그 때 일을 자꾸 기억하고 또 기억하고.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로 기억한다는 걸.



그 후 테오도르는 계속 회피했던 이혼문제를 끝마치려 케서린을 만난다.
다시 만난 그녀를 통해 아프고 아름다운 기억이 다시 떠오르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가슴은 먹먹하겠지만 그것은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가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테오도르와 친구 에이미가 대화하는 장면이다. 테오도르는 에이미에게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졌다고 이야기 하는데 에이미는 편견없이 들어주고 진심어린 축하를 해준다.

에이미 : 정말 그녀랑 사랑에 빠졌다는 거야?
테오도르 : 내가 좀 바보같지?
에이미 : 아니
테오도르 : 난 그냥..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다는 건 누구나 바보처럼 행동한다는 거잖아..
에이미 :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미치게 돼. 사랑이란 게 원래 좀 그래. 뭐랄까, 공공연히 허락된 미친 짓이거든.

우리는 여기 그냥 있는 거야. 아주 잠깐.. 그리고 여기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은..나는 내 스스로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출처 : imovequotes


번역에 따라 느껴지는 게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에이미가 나즈막히 joy..라고 이야기 할 때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위로가 되었다.


인공지능에게 느낀 감정은 진짜가 아닌걸까.
볼 수 없지만 분명 함께였고 볼수 없기에 그 이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늘 함께였고 함께 즐거울 수 있었다.

공상과학과 로맨스라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지만 그 어떤 로맨스영화 보다 사랑을 더 현실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큰 공감이 가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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