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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see/Movies

영화 브로커 리뷰(스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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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배우들을 데리고 한국에서 찍은 영화

노잼으로 유명한 영화
노잼을 아주 잘 보는 나로서는 구미가 당겼고,,,
우연히 좋은 기회가 있어서 주말에 영화를 봤다.


노골적인 대사와
잔잔한 연출
그리고 '노골'과 '잔잔'을 본인의 역량으로 풀어낸 연기

 
결론적으로 난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좀 괜찮은 영화였다.'에서 시작되고,

다 본 후에도 계속 생각나는 여운이 남은 영화였다. 

연출에서는 꼭 낡은 무언가와 함께 등장하는 바다가 너무 좋았다. 

바다 앞에서는 낡은 것들의 '낡음'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모성애를 강요하지 않고

모성애는 본능이 아니라는 감독의 메시지도 잘 전달이 되었다.

 

소영(이지은)은 자신이 아들 우성이를 버리거나 파는 것에 대한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소영을 동수(강동원)과 상현(송강호)가 아름답고 선하게 포장해준다. 

-> 이런 부분에서 '노골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연출이나 연기가 아닌 대사로 설명해버리는 노골적임..)

 

 

감독의 인간관도 등장인물들에게 잘 녹여있는데 , 

모두가 범죄에 연루된다.

그리고 완전히 선한 사람도 

완전히 악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 

인물들이 양면성을 지닌 입체적인 모습을 지닌다는 것이 좋았다. 

 

동수와 상현은 인신매매범 치곤 너무나 따뜻한 사람들이고

이들을 쫒는 형사인 수진은 길어지는 잠복수사에 지쳐서 불법적으로 수사를 하거나 

우성이가 아파서 매매가 불발되는 상황에서 우성이가 아픈 것보다 현장 검거를 하지 못한 것을 더 안타까워한다. 

 

약간은 희안하게 묘하게 선한 인물이 있다면 '동수(강동원)'인 것 같다.

동수는 인신매매에 대한 별다른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

동수 또한 보육원에 버려졌는데 

자신이 성장해온 보육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한다.

엄마가 언젠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서. 

그래서 동수가 왜 인신매매를 하는 건지 너무 궁금하기도 하면서

'어떤 사정이 있겠지' 지레짐작하고 동수가 너무 짠하다는 감정이 올라온다. 

 

 

 

나는 개인적으로 

동수(강동원)와 소영(이지은)이 월미도 대관람차를 타고 있던 장면이 제일 좋았는데

눈물 흘린 거 나뿐....?

동수(강동원)와 소영(이지은)은 러브라인이라기 보다

모자관계 같은 설정이 너무 좋았다.

영화를 보면서 묘한 러브라인인 줄만 알았는데

이때 감독의 노골적임이 영화를 심연에서 느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동수는 소영을 보면서 자신을 버린 엄마를 보고

소영은 동수를 보면서 자신이 버린 우성이의 미래를 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서로를 용서하는 

용서를 구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좋았던 장면은 

기차 터널에서 소영과 상현이 대화하는 장면

 

절묘한 타이밍에 소영의 얼굴이 어두운 기차에 가려지고 

또 빛이 들어오자 밝혀지는 것에서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을 덤덤하게 이야기하는 소영에게 

상현은 홀린 듯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라고 이야기하더니 

그 말을 못 들을 소영이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신이 한 말을 거둬버리는 상현

 

그 모습에서 나를 본 것 같다.

내가 책임질 수 없는 섣부른 위로는 

나와 타인을 짓누른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운 사람은 느낄 수 있는 감정 같은

 

 

영화 중반부 이후에 

해진이라는 어린아이가 몰래 인신매매 차량에 탑승하면서 

인신매매단(?)이 가족 같지만 가족이 아닌 모습으로 연결된다. 

인신매매가 성사되면 흩어지는 불완전한 가족이 느끼는 위태로움과 쓸쓸함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견고하게 유지되는 가족이라는 제도가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족 같지 않은 가족보다 더 가족의 본질과 가깝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해진이는 너무나 입양되고 싶어 한다.

어린이가 되어버려 입양 갈 수 없는 해진을 보면서 유기견이 생각났다

유기견도 나이가 많을수록 입양이 어렵고

작고 유약한 새끼를 선호하는 편인데

입양과 출산의 또 다른 극명한 차이는 선택권이라는 것이 

조건적인 사랑의 출발인 것만 같아 슬펐다.

 

 

수진(배두나)은 잠복근무를 하면서 계속 무언가를 먹는데

그 장면들도 인상 깊었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먹는 음식들에는 정해진 시간도 없고 

그 종류는 차에서 먹을 수 있는 간단한 것들로 추려진다.

그래서일까?

차에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먹는다. 

채워지지 않는 허기처럼.

누군가와 무엇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나에겐 꽤 중요한 의미이다.

그래서 그 장면들에 시선이 머물렀다. 

 
 

영화 마지막에서 상현은 왜 사라졌을까

친구 아들(사채업자)이 살해당했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송강호가 죽인 걸까? 

이 장면은 왜 들어간 걸까

의아하게 궁금했다

 

나도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추측한 바로는 상현이 죽인 것 같고

돈 4000만원은 가져가지 않음으로써 

'돈'은 상현에게 그 자체로 목적 이기라기 보단

자신의 가족을 되찾기 위한 토큰 같은 게 아니었나. 

그리고 이제 돈이 생겨도 가족을 찾을 수 없어서 

쓸쓸하게 포기했다는 것. 

그리고 모두에게서 사라져 버린다. 

 

 

송강호 배우가 존재감을 드러내진 않으면서 잔잔하게 영화를 이끌어 가다가

마지막에서 딸을 만나는 장면부터 쓸쓸하게 퇴장하는 모습을 연기한 게 너무 기억에 남고 좋았다

역시 송강호 따봉 따봉

 
 
 
 
 '노골적'인 대사의 절정이었던

"태어나줘서 고마워." 장면은 숨은 에피소드가 있다고 하는데

감독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부모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고 한다. 

어린아이부터 장성한 사람들까지 골고루 만났었는데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맴찟...

 

나는 부모님의 사랑을 잔뜩 받고 자란 편이지만

이런 나 조차도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의 무게와 그 깊은 공허함이 

이 영화로

저 대사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또 봐도 좋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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