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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ove/Swimming

행복한 수린이::수영 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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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원래 수영을 못하기도 했고, 물 공포증도 있었다. 왜 똑같이 물에 빠져도 나만 더 깊숙히 가라앉는건지 궁금했다.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몸에 힘을 잔뜩 주니까 더 가라앉는다는 것을 수영을 배우면서 알았다. 이미 하는 운동들이 있어서 수영을 배울 엄두가 안나다가 새벽 수영을 다니게 되었다. 불면증 덕분에(?) 새벽에 일어나는 건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는게 문제가 아니었다. 너무 새벽이라 교통편도 마땅치 않아서 20분동안 언덕을 걸어야 하는 것, 옷을 벗고, 씻고,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하고, 다시 수영복을 벗고, 씻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는 게 문제 였다. 그래도 열심히 다녔다.

 

수영장이 온통 내가 좋아하는 하늘색 범벅인 것이 좋았다. 그리고 수영장 물 속에 머리를 박고 있으면 하늘색 타일이 물결에 굴절되어 울렁거리는 게 보인다. 그 순간이 너무 좋다. 자세를 교정하고 제대로된 동작들이 조금씩 익숙해지면 물 속에서 내가 앞으로 나가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 처음 자유영으로 25미터를 쉬지 않고 나아갔을 때 너무 기뻐서 친구들과 회사사람들에게 자랑했었다. 하지만 나의 수영 전성기는 자유영에서 일시정지 되었고, 누구나 한번쯤 겪는다는 수테기(수영+권테기의 줄임말)를 겪고 있다. 배영은 되긴 하는데 고개가 수면 위로 잘 뜨지 않아서 불편하고, 평영은... 거의 할 줄 모른다고 보면 되고, 접영은 선생님이 연습을 많이 하라고 격려해주시는 수준이다. 못하니까 자유수영을 더 해서 보완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아직 한번도 자유수영은 가보지 않았다. 수영을 할 줄 알게 되고 나서(고작 자유영만 한다고 보면 되지만..) 이제 더운 날씨의 여행에서 수영복을 챙기는 건 필수가 되었다. 이번 여행에 오리발을 챙길까 말까 고민했다.  

 

오늘 새벽에 수영을 가면서 죽은 쥐를 봤다. 엄청 놀랐지만 갑자기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온 많은 풍경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 중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저 쥐의 죽음이 특별한 게 아니었다. 누구나 닳거나, 죽거나 변한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것도 없었다. 그 순간 내 눈에 들어왔던 나무들, 아파트들도 언젠가 사라지고 말 것들이다. 그걸 보는 나도 곧 사라진다. 그게 다만 오늘이 아닐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되고,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였다.

수영을 다하고 출근하려고 지하철역으로 걷는데 이번에는 죽은 비둘기를 보았다. 괜히 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그 생각들의 과정이 잘 생각나지 않지만, 그러다가 결론이 수영을 더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다짐으로 끝났다.

지하철에서 내가 예전에 중고로 팔았던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을 봤다. 보자마자 팔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위한 게 아니었던 그 명품가방들을 팔아서 반은 동물단체에 기부하고, 반은 좀 더 보태서 여행을 갔다. 바보같지만 막상 이제 하나도 없으니까 허전하고, 예쁜 가방은 어찌나 많은지 또 사고싶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아예 안찾아보려고 한다.

수영이든 요가든 운동을 하면 좋은 생각이나 느낌이 들어서 좋다. 바쁜 날들이 지나가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해보고 싶은 운동들도 어서 시도해보고싶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일이 너무 많다. 하나씩 경험하는 충만한 삶을 살아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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