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처음 배운 건 4월이었다. 그 전까지는 주변에 골프를 치는 지인이 많았지만 관심이 없었다. 내 또래에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부모님이 골프를 치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우연한 기회에 골프를 배우게 되었는데 아빠랑 전화를 하면서 골프를 배웠는데 너무 재밌다고 했더니 나보고 골프는 비싼 스포츠가 아니냐고 했다. 아빠가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웃겼다.
아빠는 나를 능가하는 운동 마니아이시다. 아빠는 히말라야 4개 봉을 정복하고, 그 중 하나의 산 이름이 내 이름이다. 아빠가 그 산을 정복하고 내려왔더니 엄마가 딸을 낳아서 잘 어울린다며 그렇게 지어주셨다. 아빠는 세계의 온갖 산을 다니다가 의사선생님이 연골이 다 닳았으니 산에 좀 그만 다니라고 해서 몇백만원이라는 산악자전거를 구입하고,(자전거도 한 대가 아니다..) 내 기준에는 비싼 등산화를 저렴하다며 구입하며, 등산장비만 따로 모아두는 장비 창고가 따로 있다. 얼마 전에는 아빠의 부탁으로 등산화 수리를 맡겼는데 수리비만 십여만원이 들었다. 효도한다고 수리비는 내가 냈다. 사람마다 중요한 가치의 기준은 다 다르기 때문에 골프를 치지 않는 아빠에게는 내가 골프를 배우는 것이 과한 소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골프와는 접점이 없었던 내가 골프를 배우게 되면서 부모님이 물려주신 세상에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된 기분이 들었다. 우선 골프는 어렵다. 그립 잡는 것부터 세심하고 정교하게 자세를 잘 갖추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내 몸의 모양을 이리 저리 생각하다가 잡생각이 사라지고 그 순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게 너무 좋다. 그리고 정확한 자세와 정확한 스윙의 결과물로 '땅!'하는 경쾌한 소리가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골린이에게 그런 샷은 좀처럼 만나기 힘들다. 그래도 꾸준하게 하는 건 자신이 있어서 꾸준히 잘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너무 바빠졌고 어영부영 시간이 흘렀다. 계절이 두번이나 바뀌었다. 그렇게 내 마음 속에 '골프 재밌었는데..'라는 안타까움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다시 약간의 여유가 생겨서 다시 배우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실 테니스를 먼저 배우려고 했다. 집 근처에 테니스장이 두 곳이나 있었다. 그래서 테니스 코치님께 레슨 문의까지 했었다. 운명이었는지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배우고 싶었던 레슨은 시간이 맞지 않았고 테니스는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시간도 아무때나 가도 되고 집과 요가원과도 가까운 골프연습장을 소개받아서 갔다. 그래서 다시 골프를 배우게 되었다. 골프는 내 운명이었나보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골린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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