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인가 필라테스 주 3회 수업을 들었다. 당시 필라테스 선생님이 어느 날 교통사고가 났고 수업이 취소되어 그 다음주에 보강을 해주셨다. 그래서 그 주에는 주5일내내 수업이 있었다.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5일 내내 수업을 들었다. 아마 수업이 재밌었나보다. 하지만 불행은 아주 가까이 있었다. 즐거움과 운동이 주는 활기, 매일 필라테스를 했다는 뿌듯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씻고 침대에 누우려는데 누워지지 않았다. 몸을 앞으로 굽혀 침대에 누워야 하는데 굽히는 게 안됐다. 몸을 굽히려고 하면 왼쪽 엉덩이가 말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나는 소리를 질렀고 아빠가 내방으로 왔다. 어떻게 잘 좀 누워보라며 내일 정형외과에 가보자고 했다. 극한 통증과 함께 눕는건 성공했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
아침에 되어 아침먹던 아빠를 재촉해서 주말에 진료해주는 정형외과에 갔다. 초음파 사진을 찍었다. 비급여라고 했다. 한 오만원 나온 것 같다. 진료실 벽에는 색이 바랜 벤츠 자동차 포스터가 액자 속에 담겨있었다. 의사선생님이 뭐라고 열심히 설명하는데 난 ‘저게 선생님의 드림카인가. 이미 사셨겠지?’라는 생각을 하느라 이해하는 척 고개만 열심히 끄덕였다.
선생님은 인간의 근육 중에 가장 큰 근육이 엉덩이 근육인데 난 그 근육에 주먹크기만큼 커다란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염증이 나으려면 근육을 최대한 쓰지 않고 쉬어야 한다고 했다. 엉덩이 근육은 매일 사용하는 근육이라서 치료가 쉽지 않다고 했다. 보통 빠르면 일년이 걸린다고 했다. 의사선생님의 마지막 말들이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앞으로 자주 보게 될 단골이라는 듯 나를 대했던 것 같다. 진통 소염제를 처방받고 적외선, 찜질 등등의 물리치료를 받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빠는 운동을 얼마나 했다고 응급실까지 가게 된거냐며 어이없어했다. 나는 토요일 오전 날씨가 아주 좋은데 햇살을 받으며 아빠랑 단둘이 차타고 이동하는 게 좋았다. 거의 대부분의 운동 시설은 ‘홀딩’이라는 좋은 제도가 있고, 나는 홀딩을 신청했다. 생리하는 여자처럼 침대에 누워서 모든 일상을 보냈다. 열심히 키워놓은 근육들이 잘 생존하길 바라면서 침대에 누워서 먹고 놀았다. 약간 체념했던 것 같다. 운동을 이제 오랫동안 즐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왠 행운인지 아니면 정말 격하게 내가 쉰건지 모르지만 2주 동안의 홀딩 기간동안 내 통증은 많이 괜찮아졌고 나는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잊고 살았다. 근데 한달 전부터 같은 곳에서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같은 이유일 것이다. 같은 진단이 내려질 것이다. 금방 나을 것만 같았다. 일이 너무 바빴고 아픈 와중에 조퇴하고 딱 한번 한의원에 갔다.
햄스트링 다쳤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더니 니가 무슨 축구 선수냐고 요가가 그런 운동이었냐는 반응이었다. 웃겼다. 그렇게 격하게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좀 억울했다. 요가 선생님들은 무조건 쉬라는 조언을 해주시기도 하고, 잘되는 쪽을 안되는 쪽에 맞춰서 균형을 맞추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요가아샤 원장님은 “아 내가 이러다가 병신으로 평생을 살겠구나.”싶을 때 괜찮아진다고 해서 너무 웃겼다. 선생님들 대부분 햄스트링 부상을 겪으셨다. 아힘사 요가 선생님들은 그런 경험이 별로 없으셨고 부상예방을 위해 순응하는 요가를 해야한다고 하셨다.
동네에 있는 평이 아주 좋은 정형외과에 갔다. 대기가 길었다. 대기가 길었지만 진찰 시간도 길어서 좋았다. 의사선생님의 진단은 햄스트링이 근육 다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선 엉덩이에서 햄스트링 시작하는 부위에 일부 다발이 다친 것 같다고 하셨다. 한번 다치면 평생 안고 가야 한다고 했다. (ㅠ...) 내가 알고 있는 것처럼 물리치료나 약보다 우선 쉬어야 한다고 했다. 다친 부분이 억세고 딱딱해지면서 짧아지면 다른 다발들과의 길이 차이가 생기고 그래서 전굴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로 선수들도 햄스트링 다치면 쉰다고 했다. 너무 쉬면 굳으니까 조심스럽게 스트레칭하듯이 양쪽을 세심하게 해주고 최대한 쉬라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뿐이라며 경사진 곳에 올라가지 말고, 자전거도 안되고, 등산, 러닝도 안된다고 했다. 🥲🥲🥲🥲🥲🥲🥲🥲🥲
최소한의 이완요가만 하기로😇
아 그리고 괜히 침맡고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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