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다 썼는데 다 날라갔다.. 티스토리...(부들부들) 11월에 다녀왔는데 애써 작성한게 다 사라지니까 너무 쓰기 싫어서 한참을 미루다가 소중한 기억이 더 마모되기 전에 작성해두자며 적었다.
맑고 깨끗한 하늘아래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보니 행복했다. 카페인에 민감해서 어느정도 각오를 하고 오전에 다녀왔다. 이번 차회의 주제는 홍차였다.
대만홍차
-홍옥
-유기농홍차
에피타이져: 애플 타르트
중국홍차
-금준미
-야생홍차
빵식사: 우리밀빵, 뿌리채소스프, 제철채소절임
인도홍차
-아쌈소이밀크티
디저트: 현미초코브라우니
붉은 꽈리가 귀여웠다. 나는 꽈리의 이름이 꽈리라는 걸 이날 처음 알았는데 모두가 이미 꽈리를 알고 있어서 신기했다. 첫번째 홍차는 홍옥. 대만 홍차이다. 대만에 일월담이라는 호수가 있는데 그 근처에서 자란 찻잎으로 만든 홍차라고 한다. 사과 홍옥과 같은 이름인데 관련은 없다고 한다. 첫 차로 가볍게 마시기 좋았다.
두번째 차는 오늘의 나의 원픽이다. 품종을 모르지만 다회 선생님과 인연인 대만의 세자매가 직접 재배하고 손으로 직접 돌려서 굴린 홍차이다. 녹차맛도 나고 달큰하면서도 향이 좋았다. 복합적인 맛이 났는데 다 내가 좋아할만한 것들이라 종합선물세트같은 맛이었다. 이러다가 내 마음 속 1등인 금준미를 밀어내고 이 홍차가 1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향앞에서 한없이 약해지고 행복하다.
애플 타르트대신 곡물 잡곡빵에 사과와 새콤한 루바브잼이 발라져있는 샌드위치가 나왔다. 루바브는 그냥 구하기도 어려운데 국산을 어렵게 구하셨다고 했다. 귀한 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니 나를 귀하게 대접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반가운 레드 키위. 제주에서 처음 먹어본 레드 키위라 그런지 제주에서의 행복했던 기분이 다시 들었다.
귀여운 다우들은 이 정성 가득한 차와 다식 앞에서 끝짱떡볶이 이야기 삼매경에 빠졌다. ㅋㅋㅋ 다들 너무 귀여우시다..
화룡점정 금준미. 다회에서 마셔본 차 중 으뜸은 금준미이다. 금준미는 중국홍차로 노란 부분이 많을 수록 단맛이 강하다. 이번에 선생님이 구해오신 20년 산 금준미는 상당히 고가이다. 금준미는 밀향과 회향으로 나뉘는데 밀향이 군고구마 맛이 나고 가장 맛있다.
노란 부분이 많아 달큰하고 고소한 금준미. 차를 내리기 전에 찻잎 향을 맡아본다. 차회는 차를 마시기 전부터 테라피 그 자체이다. 한참을 마음이 괴로워 했던 시절에 내 마음에게 안온함을 내어준 것은 차와 요가였다. 그 전부터 차마시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아프니까 적극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했다. 그런 노력에도 결국 심하게 아팠고, 그때는 일을 잠시 쉬고 매일 아침 일어나서 명상을 하고 차를 내리며 나를 돌봤다.
네번째 차는 중국홍차로 야생홍차였다. 운남전홍. 운남 지역이 라오스나 태국과 가까워서 향신료 느낌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났다. 신기하다. 차(Tea)에게는 차가 자라나는 장소에 그 정체성이 담겨 있다. 당연하고도 신기한 자연의 섭리에 괜히 감탄했다. 나의 뿌리나 정체성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운남 전홍과 같이 나온 다식은 가지와 쥬키니, 토마토와 내사랑 루꼴라가 한가득 들어간 바질 페스토 샌드위치와 뿌리채소스프, 그리고 제철채소인 수박무 절임이었다. 샌드위치를 만든 빵은 구미에서 직접 비건으로 주문하셨다고 해서 맛과 정성에 두번 감동을 받았다. 이 반미빵에 발효 맛이 강해서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뿌리채소스프는 돼지감자 스프였다. 하루 전에 끓였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하셨다. (선생님 넘 러블리) 수박무는 그 동안 선생님의 책으로만 봐서 인지 맛이 너무 궁금했다. 화려한 색감과는 달리 온순한 맛이 났다. 유자 제스트를 직접 다 갈아서 만든 정성 가득 한 맛이었다. 수박무 위의 하얀 점은 소금누룩의 쌀알이 잘 안갈려서 보인다. (귀욤)
내가 이 지구에서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를 만들어 주시는 대웅선생님의 현미초코 브라우니와 인도의 아쌈으로 만든 아쌈소이밀크티가 마지막으로 나왔다. 당도를 덜 달게 조절하셨다고 했다. 너무 달지 않아서 오히려 고급스러웠고 고소하고 달콤한 맛에 입이 행복해서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아쌈소이밀크티에는 비정제원당이 들어가서 좋았다. 즐거운 대화와 어울리는 차와 다식덕분에 힐링 제대로 하고 온 날이라 최대한 자세하게 기록하고 싶었다. 나는 워낙 사람을 좋아해서 다우들과 함께하니 더욱더 좋았던 것 같다. 코로나 이놈..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아무 제약없이 다시 만나고픈 행복한 다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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