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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ove/Bouldering

볼린이 진화::볼더링 클라이밍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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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직업이 산악인이아닌가 의심이 들만큼 산을 좋아하신다. 그런 아빠의 영향으로 나도 산이 익숙하다. 어릴적 가족사진의 대부분은 산에서 찍은 것들이다. 가족여행을 거의 산으로 갔었다. 아빠는 암벽등반도 많이 하셨다. 집에 등산장비를 정리해놓은 방도 있었고 지금은 등산장비 창고가 따로 있다. 아빠는 가끔씩 어린 나를 데리고 인공암벽장에 갔었다. 평평한 기울기에서도 나는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면서 재밌다고 올라가곤 했다. 호적을 공유하는 오빠가 있는데 다 같이 가서 오빠는 어려워 보이는 구간도 척척 올라갔고, 나는 그럴 수 없어서 속상했다. 그래서 언젠가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렇게 볼더링이라는 클라이밍 중 한 종목을 접하게 되었고 기초반 수업을 두달간 들었다. 볼더링은 높지 않은 구간의 같은 색의 홀더를 잡으며 올라가 맨 위의 홀더를 잡으면 성공하는 게임같은 운동이다. 난이도는 홀더 시작과 끝을 표시하는 스티커 색깔로 알 수 있다. 스티커는 무지개색인데 빨간색이 제일 쉽고 보라색이 제일 어렵다. 나는 기초반 수업을 듣고 노란색(노랑이라고 부른다)을 깰 수 있게 되었다. 초록이는 도전은 많이 했는데 한번도 끝까지 못 가봤다.

친구랑 몇달전에 3회권을 등록해뒀는데 그게 기간이 만료되어 이번주에 한번은 무료로 올 수 있게 해주신다고 했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로 예약하고 갔다왔다.

나는 퇴근이 빨라서 암장에 갔더니 사람이 4명밖에 없었다. 보통의 퇴근시간(5시 넘으면 점점 사람이 많아진다.)이 되면 금새 바글바글해진다. 혼자 소심하게 노랑이를 깨는데 내 근처에서 고수의 향기가 나는 귀여운 여자분이 엄청 멋있게 초록이를 척척 깨고 있었다. 감탄하면서 그분이 하는 걸 구경하다가 초록이에 대해 질문을 했다. 그분은 날개없는 천사인가 싶을정도로 엄청 친절하셨다. 몸소 시범도 보여주시면서 내가 할만한 초록이를 추천까지 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초록이를 한번 도전해봤을 때 "나이스!", "가자!"라고 뒤에서 응원도 해주셨다. 그 응원에 힘을 얻어 한번에 초록이를 깼다. 너무 좋아서 저는 더이상 바라는 게 없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볼더링은 그냥 무턱대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루트 파인딩을 해아한다. 내가 어떤 홀더를 잡고 밟을 것인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돌려봐야 한다. 이름모를 그분이 그걸 도와주셔서 한번에 초록이를 깰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가본거라 노랑이도 실패할까봐 걱정했는데 아니었다.

그렇게 두개의 초록이를 성공하고 두개는 실패했다. 실패한 것 중에 하나는 훅을 할 줄 알아야 깰 수 있다. 훅을 어서 배우고 싶다. 겨울에 시간이 되면 레벨업 수업을 들어야겠다고 다짐한 클라이밍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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