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약간 괴로운 일이 있었다. 나는 이미 끝난 관계를 내려놓지 못하고 혼자 붙들고 있다. 새벽에 일어났지만 명상도 공부도 잘 되지 않아 새벽 요가를 갔다. 요가를 하니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새벽 요가가 제일 좋지만 평소에는 갈 수 없다. 새벽요가는 빠른 출근 시간 때문에 방학에만 갈 수 있는 소중한 수련이다.
수련이 끝나고 원장님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원장님은 다시 증가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때문에 많이 속상해 하셨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모든 요가의 마무리 동작은 사바아사나이다. 사바아사나는 시체처럼 등을 대고 길게 누워있는 동작이다. 그래서 사바아사나의 다른 이름은 송장 자세이다. 어려운 동작들을 반복하다가 사바아사나를 하고 있으면 잘 쉬는 것이 이런거구나 깨닫는다. 원장님은 요가는 원래 잘 죽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가 매트 위를 삶에 빗대어 놓고, 어려운 동작들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고요히 누워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아침부터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았다. 내 고통이 사소한 것처럼 느껴졌다.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 때문에 더 소중한 삶을 잘 끝내고 싶다. 하루를 충만하고 행복하게 살면서도 집착하지 않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죽음이 다가올 때 죽음은 포상휴가같은 거라며 웃으면서 죽음을 반길 수 있지 않을까싶다. 잘 살다가 죽었을 때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
어제의 시바난다 수련에서는 브륵샤사나를 했었다. 브륵샤사나는 나무 자세이다. 바닥에 똑바로 서서 한 발로 균형을 잡는 동작이다. 이 동작을 할 때 원장님은 안정감이 느껴지면 눈을 감아보라고 하셨다. 한발로 지탱하는 동작을 평소에 잘 하는 편이라 망설임없이 눈을 감았다. 그런데 눈을 감으니 발이 부들부들 흔들리면서 넘어질 것 같았다. 원장님도 원래 눈을 감으면 균형잡기가 더 어렵다고 하셨다. 신기했다. 골프는 눈을 감고 치면 공이 더 잘 맞는다. 무언가를 보는 것 그 자체보다 보면서 내가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무 자세를 하다보면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다. 바닥에 내딛고 있는 한쪽 발에 내 온 몸을 의지하는 감각이 든든하다. 요가를 통해 내가 나를 잘 돌보며 사는 삶을 살고있다. 아무런 조건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존중해주는 존재는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 그게 스스로가 될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창궐하고 세상은 한없이 우울하다. 나는 이 난리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모습들이 반갑다. 요가는 호흡이 정말 중요한데 마스크 없이 요가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마스크 속에 담긴 배움을 찾아보려 한다. 그리고 새벽요가를 가도록 했던 그 관계가 주는 고통의 의미도 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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